박근혜 정부가 금융규제 개혁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지만 현장 체감도가 낮아 금융당국을 향한 기업인과 금융기관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개최된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금융당국을 향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임종룡 농협지주 회장은 "명문화돼 있지 않은 규제, 구두 지도 등을 금융사가 가장 아픈 부분"으로 규정했다.
현장에서 규제가 많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현지지시, 구두지시라는 것이다. 임 회장은 "현장 지시, 구두 지시를 명료화 시키고 규정화 시키는 것을 금융당국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검사·감독관행의 일관성 문제도 지적했다. 임 회장은 하나의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내에서 서로 다른 구두 지시가 내려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금융 감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임 회장은 규제완화와 관련해 "절절포(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또 동일 금융사에 대한 검사나 현장 점검 등을 연간 단위로 총량화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장 검사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현장 검사를 한다고 해서 부실대출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어 "건전성을 확보하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검사감독 업무를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감독방향을 열거주의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금융 영역이나 업무별 접촉 창구를 단일화해 신속한 답변을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기업인들도 금융당국에 적지 않은 요청을 쏟아냈다. 이성우 옐로페이 대표는 "정부의 모험투자 노력이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고 엔젤투자를 만나기도 '하늘의 별따기'"라며 정부의 과감한 혁신노력과 금융사의 협력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다각적 규제 완화 및 정책지원이 현장에서 하루빨리 체감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승민 소닉티어 대표는 과거 투자기관 및 은행의 높은 문턱 때문에 좌절을 경험했던 사례를 공개했다.
3D입체음향 전문회사인 소닉티어는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2011년에 은행은 물론이고 벤처캐피털로부터도 외면을 당했던 회사다. 그러나 2013년 IP펀드 1호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초기 벤처기업으로서 겪어야 했던 장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 관련 주문도 많았다. 권용원 키움 대표는 금융사가 IT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금융사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간의 협조없이는 금융기관이나 핀테크 기업 모두 성공할 수 없다"며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규제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규제개선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형국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위해 금융 구조개혁 추진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또 지난해 7월 정부는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규제개선 과제를 철저하게 챙겨 체감도 높은 성과가 나오도록 관리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한편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고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6개 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