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유승민(우측)-원유철 의원이 꽃다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변화 요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권 핵심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경선에 대비해 국무회의 일정을 조정하고 친박계 표단속에 나서는 등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장에는 최경환, 황우여, 김희정 등 국무위원들이 총출동했고 총리후보자에 지명된 이완구 의원까지 그야말로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친박계로서는 보탤 수 있는 한 모든 힘을 보탰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는 유승민 의원의 승리로 끝이 났다. 149표 가운데 84표를 얻은 유승민 의원이 65표를 얻은 이주영 의원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역대 경선의 사례에 비춰볼때 표차이가 적지 않아 친박계가 들인 공을 생각하면 참패에 가깝다.
그만큼 새누리당 내부에는 변화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었음이 이번 경선을 통해 입증이 됐다.
친박계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은 시종 당청간 소통을 역설해왔지만 유권자인 의원들은 현재 상황이 이 후보가 주장하는 당청간 소통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음을 투표로 나타내준 것으로 분석된다.
친박계의 총공세를 뚫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승민 의원은 당선소감을 통해 역시 변화를 강조했다. 유 당선자는 "대통령 청와대 정부와 정말 긴밀하게 진정한 소통을 하겠다"면서도 청와대에 변화를 요구했다. 유 당선자는 "대통령과 청와대 식구들 장관들도 더 민심에 귀 기울여 주시고 당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셔서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화를 공약으로 내건 원내사령탑이 당선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국정운영의 기조를 일정 부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증세없는 복지 등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하게 추진해오던 국정어젠다에 대한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 다수 의원들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경선을 통해 표출된 만큼 청와대로서도 어떤 형태로든 변화에 부합하는 조치를 보여줘야할 부담을 안게됐다는 분석이다.
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지금까지의 청와대 우위에서 당 우위로 서서히 재편되면서 당 중심주의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여권내 단일핵으로서 기능하면서 헤게모니를 유지해왔지만 장악력에도 일정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관게자는 "이번 경선이 당장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까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의 국정행태를 답습하고 변화를 거부한다면 의외로 조기에 레임덕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청와대 새누리당 등 여권은 변화의 소용돌이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내년 총선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와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