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박재홍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현아 부사장 (자료사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판부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렇지만 조양호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지만 '땅콩 회항' 사건에는 관련이 없어서 재판부가 왜 뜬금없이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조현아 재판부 왜 뜬금없이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거냐?= 그렇다.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회장은 법원이 자신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취지를 이해하는 만큼 출석해 답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사건의 배경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있음 직한 일이다. 개인의 아버지로서도 출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조양호 회장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 오성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열린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박창진 사무장이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오 재판장은 "유죄나 무죄는 검사나 변호인 측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조현아 피고인은 언제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창진 사무장의 경우에는 과연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도 재판부의 초미의 관심사"라며 "조 회장을 조 전 부사장의 양형 관련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증인채택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가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구속된 대한항공 여 모 상무가 박창진 사무장에게 정년을 언급하면서 허위 진술 및 시말서 작성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난데 이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소된 날 대한항공이 박 사무장을 무단결근으로 징계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 조양호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혐의와 관련이 있는 거냐?
'땅콩 회항'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윤성호 기자
= 조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과 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의 다섯 가지다.
조양호 회장은 다섯 가지 혐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검찰이 증거인멸과정에 조양호 회장의 관련여부를 조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소장이나 수사결과 발표문 어디에도 조양호 회장의 관련은 언급되지 않았다. 검찰관계자도 "조양호 회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양호 회장의 증인 채택은 뜬금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사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말이 나오자 당시 방청석에서도 한동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조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부친이고 한진그룹의 회장이지만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다, 대기업 총수를 재판의 '증인'으로 부르는 일은 전례가 없는 아주 희귀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재벌 회장들 역시 검찰청사에 출두하는 것이나 법정에 서는 걸 극도로 꺼린다. 딸이 구속된 상태이니 아버지로서 법정에 설 수는 있는 일이지만 그 딸이 마흔이 넘었고 항공사의 부사장 직책을 갖고 있으니 더더욱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1999년 항공기도입 리베이트 1,095억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뒤 629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50억 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 법원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는데?= 법원내부에서도 조양호 회장의 증인채택에 대해 '의아하다' 거나 '놀랍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변호인이 신청했으면 자연스러웠을 텐데 저도 조금 의아했다"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마땅히 했어야 하는 일을 재판부가 대신 했다는 얘기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도 "직권으로 조양호 회장을 증인 채택했다는 얘길 듣고 놀랐다"면서 "공소사실의 유무죄와 관련 없는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게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의 한 관계자도 "공판 전에 박창진 사무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조 회장을 직권으로 증인 채택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소사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을 왜 증인으로 채택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박창진 사무장의 계속 근무여부가 조현아 전 부사장의 혐의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중견법조인도 "재판부가 공소사실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면 되는 일이지 왜 관련 없는 조양호 회장을 불러서 박창진 사무장의 계속근무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재판부가 왜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거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 조양호 회장의 증인채택은 법원내부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이례적인 일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다.
그래서 법원은 왜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조양호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까?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어서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일종의 명분 쌓기 용으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조양호 회장이 출석할 이유는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을 빨리 풀려나게 하는 일 외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판부가 멍석을 깔아주고 조양호 회장이 다시 한 번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하면 법원은 이를 명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하는 그런 공식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1심에서 풀어줄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한 관계자에게 결국은 조현아 전 부사장을 풀어주기 위한 수순아니냐? 는 질문을 했더니 웃으면서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라고 답했다.
재판장도 "조 회장을 조 전 부사장의 양형 관련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다투기 위한 것이 아니고 양형 참고용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재판부가 조 전 부사장을 집행유예나 이런 걸로 풀어주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변호인들이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에 대부분 동의했기 때문에 다툴 것이 별로 없다"면서 "결국은 조현아 전 부사장을 풀어주기 위한 명분 쌓기용 아니겠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어제 대한항공이 당시의 영상을 공개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는 거냐?= 조현아 전 부사장의 혐의 중 가장 무거운 부분이 바로 항로변경죄다.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가 인정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항로변경죄에 대해서 무죄가 나올 경우, 집행유예 내지는 벌금형도 가능하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판사도 항공보안법을 제외하면 그렇게 중형이 선고되는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서는 비행기가 뜨지 않았으니까 운항이 아니다. 항로는 항공로와 같은 개념으로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중의 길을 말하는데 지상 200m 이상의 높이를 말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항공기가 출발했다가 다시 되돌아간 것은 항로변경이 아니라 출발지연이라는 것이다.
가장 무거운 항공보안법 상 항로변경 혐의를 두고 항로냐 아니냐를 다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인 여론을 감안해 조양호 회장이 사과하고 박창진 사무장에 대해서는 계속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집행유예나 벌금 등으로 석방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보는 게 아닌가 여겨지는 대목이다. (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검찰과 국토부의 입장은 다르다. 운항은 항공기가 문을 닫고 출발할 때부터 문이 다시 열리기까지를 말하는 것이고 문이 닫힌 이후 항로가 바뀌게 되면 항로변경죄가 적용된다고 본다.)
▶ 그런데 이게 자충수라는 거냐?
'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황진환 기자)
= 그렇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위가 큰 비난을 산 이유가 무엇인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갑의 횡포이기 때문이다. 항공기를 사적인 소유로 보면서 기내에서 난폭한 모습을 보이고 출발한 항공기를 돌리게 하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게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도 여전히 박창진 사무장의 계속근무 여부를 조양호 회장이 좌지우지 하는 걸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박창진 사무장의 경우 사규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계속 근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는 일인가?
또 조양호 회장이 법정에서 약속했다고 해서 지금도 대한항공 내부에서 왕따 분위기라고 하는데 박 사무장이 계속 근무할 수 있을까?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재판이 끝나고도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근무가 가능할까?
오히려 조양호 회장이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하거나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속된 상황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풀려나게 하는 것이 본인이나 조양호 회장이나 대한항공으로서는 시급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리수를 둬서 조 전 부사장을 풀어준다면 또다시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꼼수를 부리다가 사건을 키웠는데 또 꼼수로 대응한다는 건 대한항공이 아직도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