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작업복을 입고 삼성 제품을 수리했던 우리는 삼성의 노동자가 아니었다"
"연간 25~30억 원 매출을 올리는 회사인데 적자가 났다며 문을 닫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갑자기 쫓겨나서 막막한 심정이다"
"자녀 셋에, 최소 생활비 정도인 한 달 겨우 200만 원 받고 일하는데 불안한 상황이다. 비노조원들만 고용된 상태다"
"삼성이 바라보는 노동자는 삼성의 부를 축적해주는 도구이며,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모두들 답답해했고 분노했다.
그동안 센터 사장이 몇 번 바뀌어도 고용 승계는 문제가 없었다. 적은 임금이지만 해 온 일만 열심히 하면 됐다. '삼성'이라는 굴지의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진주와 마산센터가 폐업을 통보했다. 직원들은 해고됐다.
노동자들은 "폐업은 노조를 깨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차디찬 거리에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 적자 이유로 폐업한 진주센터 "경력 초기화 재입사 요구"진주센터는 지난해 9월 3일 폐업을 통보했다. 적자가 계속 누적중에 있어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8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진주센터에는 50여명 정도가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그 해 10월 6일 센터는 문을 닫았고 노동자들은 "일방적인 폐업"이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현재 100여 일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다.
사장이 바뀌어도 고용 유지가 관행처럼 되어 왔지만 이번은 달랐다.
노조는 "기존의 직원을 모두 쫓아내고 본사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말이 나왔다"며 "협력사가 담당하던 지역을 원청이 대신해 들어오는 일은 유례없는 일로 노동조합이 조직됐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설명 외에는 달리 설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트북 수리를 담당했던 A 씨는 "노조를 탈퇴하고 이력서를 쓰면 다 받아주겠다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기존 직원들이 있는데 경력을 초기화해 신규로 재입사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제정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진주분회장은 "전혀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는 삼성은 노동탄압과 인권유린을 하는 대표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새 해 첫날 폐업한 마산센터, 비노조원만 고용승계마산센터도 지난해 11월 27일 폐업을 통보했다. 경영 상황 악화와 사장의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경영상의 이유라면 노동자들이 충분히 양보하겠다는 의사까지 전달했다. 임금협상도 미루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모두가 새해의 기쁨을 맛봤던 1월 1일, 노동자 65명의 일터인 마산센터는 문을 닫았다.
금속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38명인데, 비노조원은 모두 고용승계가 됐다고 노조원들이 말을 했다. 이제 노조원 중에 얼마나 고용 유지가 될 지 모른다.
10년 차 컴퓨터 수리 기사인 B 씨는 "노조 가입률이 높은 센터들만 폐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0만 원 남짓 버는 돈도 기약이 없으니 가족들이 매우 불안해 한다"고 현 상황을 얘기해줬다.
그는 "기존 직원이 있는데 새로 뽑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이고,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기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마산분회장은 "하루 아침에 문을 닫아놓고 나 몰라라한다"며 "몸이 안좋아 폐업했다지만 마산 지역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경남지역 노동자들은 14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단체협약 파괴시도와 부당노동행위를 멈추고 체불임금 15억 원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년을 투쟁해 체결한 기준단협을 삼성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19개 분회에서 85장의 경고장을 남발하는 등 노조탄압의 발톱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삼성이 다시금 폐업의 칼 끝을 빼들어 노동자들의 목을 겨누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폐업시켜 노동조합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삼성그룹의 저열한 발상은 오늘도 반성할 기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삼성은 즉각 단체협약 파괴시도를 중단하고, 노동부는 이런 부당한 행위에 대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