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0층 짜리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현장의 아파트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10일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사상자들이 이송된 의정부 추병원 병실 곳곳에서는 손과 목덜미 등에 그을임이 남은 피해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화재 현장의 악몽같은 기억마저 뱉어내려는 듯 연신 밭은기침을 해댔다.
부상한 이들로부터 떨어진 병원 주차장에는, 이번 사고로 딸 한모(26) 씨를 잃은 아버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질 때면 승용차 안에서 울고 있는 아내가 볼까 고개를 돌린다.
"뉴스에 나오는 화재가 딸의 집에서 일어난 것 같다".
이날 오전 갑작스런 아내의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왔지만, 딸은 이미 숨진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취업난 속에 웹디자이너로 취직했다는 딸이 고향인 양주를 떠나 자취생활을 시작한 때가 지난해 5월이다.
넉넉치 않은 집안형편을 알고 박봉을 쪼개 학자금대출부터 차근차근 갚던 딸이다.
한 씨는 "딸은 내가 힘들 때면 먼저 '술 한잔이라도 해요'라며 손을 잡고 위로해줄 정도로 애교가 많았다"며 "소방시설이 어떻게 됐길래 젊고 건강한 내 딸이 대피조차 하지 못할 만큼 불이 번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다보니 부검을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해 빈소조차 차리지 못했다.
차가운 영안실에 딸을 보낸 뒤에도 친척들에게 알릴 경황이 없다.
한 씨는 병원을 찾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병용 의정부시장에게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는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고,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며 "소방서든 경찰서든 뭐든 우리에게 상황 설명을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