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앞서나가는 자와 추격하는 자, 새로운 기술로 미래를 열고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자'
매년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는 전세계 주요 가전 및 정보통신기술(ICT)업체가 총집결해 기술력을 겨루는 무대다.
원래는 TV와 냉장고 등 소비자 가전 중심의 전시회였지만 이제는 사물인터넷과 모바일, 웨어러블은 물론 3차원(D) 프린터와 드론(무인항공기), 로봇, 센서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혁신의 무대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참가업체와 참관객 수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가전협회(CEA) 개리 샤피로 회장은 CES 2015 개막 하루 전인 지난 5일(현지시간) "올해는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350여개를 비롯해 모두 3천600여개 기업이 CES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6일 개막 이후 쏟아진 관람객 역시 지난해의 16만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 CES의 키워드는 '사물인터넷(IoT)'
이번 CES를 하나로 묶어주는 키워드는 사물인터넷이었다.
TV 등 기존 소비자 가전과 이를 결합한 스마트홈, 자동차, 웨어러블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사물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IoT는 이제 하나의 기술을 넘어 우리 미래를 규정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 대표인 윤부근 대표과 인텔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회장, 포드의 마크 필즈 회장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 AG의 디터 제체 회장까지 IoT의 큰 틀 아래 자사의 전략 방향을 밝혔다.
윤 대표는 "2020년까지 삼성전자의 모든 하드웨어가 IoT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다른 업체나 부문과의 호환성 확보를 위해 모든 것을 개방하겠다고 말했고, 크리자니크 회장은 웨어러블 기기와 관련해 오클리 등 타 산업부문과의 전략적 협업 관계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임러의 디터 제체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무인 자동차를 공개하고 이를 '모바일 거주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포드의 마크 필즈 회장 역시 '포드 스마트 모빌리티' 계획을 통해 연결성과 이동성, 자율주행자동차 등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 한국 주도 동북아 3국 '가전의 미래' 주도 미국에서 열리고 전세계 기업이 참가하지만 전통적으로 가전이 중심인 만큼 CES의 주연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과 소니와 파나소닉과 같은 일본기업, 이들을 매서운 기세로 추격하는 중국업체들이었다.
동북아 3국의 경쟁이 자리를 옮겨 매년 아메리카 대륙에서 재연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TV 시장에서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프리미엄 생활가전에서도 단연 앞서 나가는 혁신 선도기업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LG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CES의 메인무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메인홀에 각각 2천600㎡와 2천44㎡ 크기의 대형 전시관을 마련하고 전세계에서 온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가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과 앞선 화질 기술로 탄생한 SHUD TV를 최초 공개했고 LG전자는 올해를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대중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크기(77·65·55인치형)와 디자인(가변형·곡면·평면)의 올레드 TV 제품군을 선보였다.
일본의 소니나 파나소닉, 중국의 하이얼과 하이센스, 창홍, TCL 등도 UHD(초고해상도) TV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한국 기업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 스마트카 경영장 된 CES…'무인주행·인포테인먼트 혁신'이 대세 이번 CES는 마치 모터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수많은 자동차를 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가전전시회와 모터쇼를 굳이 따로따로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말도 나온다.
벤츠와 아우디, BMW 등 독일 3사를 비롯해 포드, 쉐보레 등 미국 업체, 도요타와 현대차 등 일본과 한국의 완성차업체까지 총 출동해 선진 자동차 기술과 스마트카 전략을 함께 선보였다.
BMW와 벤츠, 포드 등은 무인주행 자동차와 기술을 선보였고 현대차 등 다른 업체들은 강화된 안전기술을 공개했다.
눈에 띄는 경향 중 하나는 완성차업체들이 기존 터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음성과 제스처로 작동하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을 앞다퉈 내놨다는 점이다.
음성인식 기술 기반의 포드의 '싱크3', 제스처에 따라 반응하는 폴크스바겐의 '골프 R 터치'가 대표적이다.
(사진=연합뉴스)
◇ 웨어러블·3D·로봇·센서…밝은 미래를 연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차로 10분 가량 떨어진 샌즈 엑스포에는 테크 이스트 전시장이 자리잡았다.
이곳은 해당 분야에서 전세계를 리드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함께 관람객들에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혁신 기술들을 공개했다.
지난해보다 두 배이상 커진 전시공관에 30여개 업체가 참여한 3D 프린팅 관련 업체의 부스는 산업용으로만 활용되던 3D 프린팅이 대중화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경향을 반영했다.
IoT의 핵심 기술요소 중 하나인 센서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업체들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것들을 현실화해 눈길을 끌었다.
센싱이란 제스처나 음성, 동작, 눈빛 등을 인식해 기기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IoT 시대를 맞아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센싱 기술이 필수적이다.
휴머노이드부터 청소기까지 다양하게 전시된 로봇도 영화 속 로봇이 어느덧 우리 실생활 곁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줬다.
손목에 차는 스마트 워치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안경이나 목걸이처럼 활용하는 기기에서 몸에 붙이는 기기까지 웨어러블의 진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건강 보조 기구 성격을 가진 웨어러블이 대거 출품됐다.
이번 CES에서 가장 독특한 전시품으로 꼽히는 제품은 드론이다.
드론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CES를 주관하는 미국가전협회(CEA)는 아예 드론을 위한 독립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수많은 인파가 사방으로 그물이 쳐진 가운데 그 안에 무인항공기 드론이 불빛을 반짝이며 공중을 선회하는 장면에서 지켜보면서 조만간 다가올 드론의 시대를 예감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