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거센 논란을 무릅쓰고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 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오는 8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정부가 단통법을 강행하면서 내세운 대표적 명분은 '일부 통신소비자에게만 과다 지급되는 보조금 혜택을 누구나 부당한 차별 없이 누리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미끼로 고가요금제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게 정부의 강력한 의지였다.
이와 관련해 단통법 제3조(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는 '요금제에 따라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 단통법 시행 석 달을 넘긴 지금 요금제에 따른 차별은 사라졌을까?
미래창조과학부가 6일 배포한 '단말기 유통법 시행 3개월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요금제에 따른 차별은 여전하다.
이통통신 3사(SKT와 KT, LGU+)가 공시한 지원금(보조금) 규모를 보면 가장 큰 지원금 혜택은 역시 가장 높은 요금제 가입자들이 누리고 있다.
갤럭시노트4의 경우 최고요금제(SKT는 100요금제, KT는 129요금제, LGU+는 124요금제 기준) 가입자에게는 23만 4000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35요금제 가입자가 받는 지원금은 8만 5000원에 그친다.
62요금제 가입자는 15만 2000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른바 '보조금 대란' 사태를 불러와 이통3사 임원들이 형사고발까지 된 아이폰6(16GB)의 경우 요금제에 따른 차별은 더욱 두드러진다.
최고요금제 가입자는 현재 단말기 지원금 상한인 30만 원에 육박한 27만 2000원을 받지만, 35요금제 가입자 지원금은 8만 원에 불과하다.
지원금 규모 제한이 없는 출시된 지 15개월 이상 구형 단말기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3년 9월에 출시된 갤럭시노트3의 경우 KT는 최고요금제 가입자에게 88만 원을 지원한다.
갤럭시노트3 출고가가 88만 원 수준이니까 사실상 '공짜폰'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35요금제, 62요금제 가입자들에겐 갤럭시노트3 공짜폰은 그림의 떡이다.
62요금제 가입자에게는 46만 원만 지원되고, 35요금제 가입자는 지원금이 25만 7000원에 불과하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최고요금제에만 과도한 보조금이 지원됐지만, 지금은 낮은 요금제에도 일정 수준이 지원된다"고 강조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요금제와 지원금에 비례성이 전혀 없었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어느 정도 요금제와 지원금 사이에 비례성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비례성이 확보된 만큼 지금의 차별은 단통법이 규정한 '부당한' 차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래부는 "단통법 시행이 석 달을 넘기면서 시행 초기 발생했던 혼란이 가라앉고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단통법 시행 첫 달인 지난해 10월 일평균 이동전화 가입자 규모는 3만 6935명으로 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1~9월 5만 8363명의 63.3%로 폭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은 5만 4957명(94.2%)로 반등했고, 12월에는 103.8%(6만 570명)로 법 시행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는 또 "지원금과 연계한 고가요금제 가입 '강요' 금지에 따라 소비자가 자신의 실정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9월 33.9%를 기록했던 6만 원 이상 고가요금제 비중이 지난해 12월에는 14.8%로 대폭 감소한 반면, 4~5만 원대 이하 중·저가요금제는 66.1%에서 85.2%로 늘었다.
소비자가 최초 가입 시 선택하는 요금제 평균 수준도 4만 5155원에서 3만 8707원으로 14.3%(6448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가서비스 가입 건수와 비중도 각각 2만 1972건에서 6815건으로, 37.6%에서 11.3%로 크게 줄었다.
미래부는 고액 지원금을 조건으로 한 부가서비스 가입 강요 금지에 따라 소비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한 결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