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윤성호 기자
검찰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른바 '정윤회, 십상시 문건'으로 촉발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27일 토요일에 있었던 조응천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청구는 '일사천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다.
지난 20일 조 전 비서관 밑에서 같이 일했던 박관천 경정의 구속이 검찰의 총구가 조 전 비서관으로 향하는 전환점이 됐다.
24일 박지만 EG회장의 비공개 소환에 이어 26일 조 전 비서관의 재소환과 자택 압수수색은 다음날 곧바로 영장청구로 이어졌다.
지난 1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수사팀이 꾸려진 이래 5일 단 한차례 소환됐을뿐, 보름가까이 검찰수사선상에서 조 전 비서관의 이름이 사라졌던 것과 비교해보면 최근 1주일간 검찰 행보는 놀라울 정도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에 대해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조 전 비서관이 박관천 경정의 청와대 문건 유출을 지시했으며, 박지만 회장에게 청와대 내부에서 생성된 기밀을 누설했다는 것이 혐의 내용의 요지다.
그러난 조 전 비서관은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면서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관련의혹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으며 대통령기록물을 유출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오히려 청와대가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주변 지인들에게 "수사를 받던 중 검찰 관계자로부터 청와대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들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이 청와대 문건을 박지만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문건과 형식도 다르고 민감한 내용은 삭제한 뒤 박지만씨 부부와 관련된 내용을 대통령 가족 관리차원에서 전달한 적은 있지만 문서를 통째로 전달한 사실이 없으며, 전달하라고 지시한 문건 중 대통령기록물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의 주장과 검찰에서 제시한 혐의내용은 상당히 배치되면서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검찰은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둘렀을까?
검찰과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과 '박지만 미행설 문건' 등이 박관천 경정의 1인극이라는
수사결과를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는 '회의론'에 이어 배후인물과 왜 그랬는지 동기까지 밝혀내야 한다는 '당위론'이 부각되면서 조 전 비서관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박관천 경정의 구속에 이어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까지 비공개로 소환해 "청와대 문건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검찰이나 청와대는 박관천 경정의 1인극에 조 전 비서관의 지시와 방조, 묵인을 추가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2차 소환조사를 받은 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조금도 늦치지 않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해를 넘기기 전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남은 것은 벼랑끝에 내몰린 조 전 비서관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여부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이 확산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개설하고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등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조 전 비서관의 구속여부는 다음 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최종 판가름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