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들이 공개한 한수원 내부자료
정부합동수사단이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도면 유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유출범이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추적이 다소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유출범이 국외에 있거나 북한의 소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미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는 한편, 한수원의 컴퓨터를 입수해 분석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건을 맡은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은 22일 범인의 전반적인 IP 사용 패턴 등을 감안했을 때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합수단 관계자는 "전반적인 수사 경험에 비춰볼 때 초범은 아니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하루이틀만에 검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범인 추적을 위해서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합수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출범은 여러개의 IP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한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고, 미국과 일본 IP도 있는 것으로 합수단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유출범은 21일 새벽 1시30분쯤 SNS인 트위터에 한수원을 조롱하는 글과 함께 4개의 압축 파일을 추가 공개했다. 유출범이 원전 내부 자료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4번째로, 고리 1·2호기 공기조화계통 도면을 비롯한 원전 관련 기술 자료들이 공개됐다.
합수단은 사용된 트위터 계정이 미국에서 등록된 것으로 파악하고, 계정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미국 FBI에 수사 공조를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유출범은 한수원을 향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아직 공개 안 한 자료 10여 만장도 전부 세상에 공개해줄게. 제대로 한번 당해봐라"고 경고했으며, "크리스마스에 중단되는 게 안 보이면 저희도 어쩔 수 없네요. 자료 전부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할 수 밖에.."라며 한수원과 원전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을 예고했다.
특히 유출범은 트위터 글의 말미에 '하와이에서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 핵.'이라고 적어 자신이 미국 하와이에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합수단은 "워낙 IP나 범인의 위치 등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하와이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출범이 지난 15일 최초로 도면을 공개한 네이버 개인 블로그는 타인의 ID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은 ID 사용자의 거주지인 대구 지역에 수사관을 급파해 해당 사용자를 조사하고, 컴퓨터를 분석했지만 ID가 도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범인이 네이버와 네이트 등의 포털사이트를 통해 글을 게시하면서 사용한 IP를 추적 중이다. 특히, 국내 가상사설망(VPN)업체들도 조사해 IP주소를 의도적으로 혼용하거나 지운 흔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합수단은 고리와 월성 원전에도 수사관을 보내 유출된 자료를 취급했던 한수원 직원과 협력사 관계자 등의 컴퓨터를 임의제출 받았다.
합수단은 컴퓨터를 제출한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료 관리 상황이나 인터넷을 통한 외부 전송 여부 등도 조사하고 있다. 특히 한수원 내부 관계자의 유출 뿐 아니라 한수원 컴퓨터가 외부에서 해킹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유출범이 표현한 문장에 북한식 표현이 사용됐고, 과거 북한 해킹 사건과 일부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점 등을 들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합수단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