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미생'이 20일 종영했다. '미생'은 인턴과 계약직, 신입사원 등 직장 내 '을'들이 처한 현실과 아픔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드라마 '미생'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글>① 甲 판치는 세상, 미생이 울린 경종
② '미생들'이 꼽은 '미생' 명대사와 그 이유
③ 40대 직장인 "오차장? 현실엔 없는 인물!"
④ 지상파와 달랐던 '미생' 제작 공식
⑤ 드라마 미생, 톱스타 없어 더 뭉클했다
⑥ 웹툰 팬들의 아쉬움, 드라마에 빠진 이 장면
⑦ 제작부터 종영까지…숫자로 본 '미생'의 모든 것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의 원작은 웹툰이다. 웹툰 시절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책과 웹 드라마로도 나온 바 있다.
인기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한다고 늘 흥행하지는 않는다. 상당수 영화나 드라마가 웹툰을 그대로 재현하다 ‘원작 팬’들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원작에 대한 기대가 영화·드라마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잘해야 본전’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드라마 ‘미생’은 원작 팬뿐 아니라 원작을 모르던 사람까지 열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바로 각색의 힘이다. 원작의 주 이야기는 차용하되 세부적인 이야기는 드라마에 맞게 바꿨다. 원작에 없던 부분이 생겼지만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미생’이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이 모습은 살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원작 팬들이 드라마에는 빠져 아쉬워하는 장면 3가지를 꼽아봤다.
1. "그럼, 갈 데가 있어" "자…인사하자"
윤태호 작가의 <미생>(위즈덤하우스 출판) 1권 중.미생>
오 과장은 인턴이었던 장그래가 2년 계약직 신입사원이 되자, 장그래와 동기 3명에게 검은색 넥타이와 스카프를 사주고 "이게 우리 부서 전통 입사 선물"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럼, 갈 데가 있다"며 검정 넥타이를 맨 장그래를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분향소로 데리고 간다.
오 과장은 그 앞에서 장그래에게 "자…인사하자"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장그래는 "근로자로 산다는 것. 버틴다는 것.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독백을 한다.
한 언론에 따르면, 윤태호 작가는 이 장면을 넣은 이유를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문제이나 뉴스에선 잘 다루지 않는 이들의 아픔에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한 바 있다. 아쉽게도 드라마에는 빠졌다.
2.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위즈덤하우스 출판) 7권 중.미생>
자원팀 마 부장은 자신이 밀어주던 3팀이 아닌 안영이의 아이디어를 본사가 채택하자, 포기를 강제한다.
상사의 압박에 못 이긴 안영이는 끝내 "제 아이디어, 생각해보니 무리가 많더라고요.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라며 마 부장에세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드라마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연출 방법이 다르다. 원작에는 만화적 요소가 들어갔는데, 마 부장에게서 나온 수십 개의 눈이 안영이를 쳐다보며 발가벗긴다.
안영이가 마 부장 앞에서 마치 발가벗겨진 것과 같은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장면으로, 어떻게 보면 징그러워도 보이지만 안영이의 당시 심정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IT 영업팀 박 대리 에피소드는 원작에 충실했는데, 왜 안영이 에피소드는...(책 <미생>(위즈덤하우스) 2권 중(좌), tvN 드라마 '미생' 6화 중(우))미생>
3. 제주에서 오 차장은 고독해졌다고 한다
오 차장은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지켜보고만 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위즈덤하우스 출판) 9권 중. 미생>
원작에서 오 차장은 원 인터내셔널을 사직하기 직전 남은 휴가를 다 쓰기 위해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떠난다.
오 차장이 온 가족과 함께한 여행은 3년 만. 하지만 그곳에서 오 차장은 평소 적당히 대화가 되던 아이들과 묘한 거리감을 발견한다. 대화가 묘하게 핀트가 안 맞고 서로 금세 피로해졌다는 것.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퇴근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보며 출근하고, 그러다 잠깐이나마 함께 있을 땐 과장이다 싶게 호들갑스러운 친근함을 나눴는데 막상 말을 나눠보니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