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미생'이 20일 종영했다. '미생'은 인턴과 계약직, 신입사원 등 직장 내 '을'들이 처한 현실과 아픔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드라마 '미생'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글>① 甲 판치는 세상, 미생이 울린 경종
② '미생들'이 꼽은 '미생' 명대사와 그 이유
③ 40대 직장인 "오차장? 현실엔 없는 인물!"
④ 지상파와 달랐던 '미생' 제작 공식
⑤ 드라마 미생, 톱스타 없어 더 뭉클했다
⑥ 웹툰 팬들의 아쉬움, 드라마에 빠진 이 장면
⑦ 제작부터 종영까지…숫자로 본 '미생'의 모든 것
tvN 드라마 '미생'의 장면들. (방송 캡처)
tvN 드라마 '미생'이 4개월간의 여정을 마쳤다.
시청자들에게 '미생'은 유독 명대사로 많이 회자되며 가슴에 울림을 남긴 몇 안 되는 드라마다. 그래서 '미생'은 끝났지만 '미생'이 남긴 말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미생'은 말한다. 우리 모두가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미생'이라고. 그렇기에 주연 배우들도, 평범한 직장인도 모두 이 시대의 '미생'인 것이다.
이들이 함께 고른 '미생'의 명대사를 모아봤다.
# "나는 내가 술 먹고 싶을 때 술 마시지만 너는 남이 먹고 싶을 때 마셔야 하잖아". (6국 中)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역의 배우 임시완이 고른 대사. 이 대사는 6화에서 오상식 과장이 친구인 변 부장을 접대하며 그에게 듣는 말이다.
임시완은 이 대사를 고르면서 "어릴 때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오셨던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었다"고 회상했다.
# "인생은 다가오는 문을 하나씩 열면서 살아가는 거야". (9국 中)
우직하고 든든한 김동식 대리 역의 배우 김대명이 고른 대사. 이 대사는 9화에서 장그래의 바둑 실패담을 들은 김 대리가 그를 다독이며 해준 말이다.
김대명은 "무언가를 담아서 줄 수도 없고, 비울 수도 없는 애매한 경계에서 장그래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대목이었다"면서 "그래서 하기 힘들었고, 그만큼 잘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4국 中)
능청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고른 대사. PT 면접에서 실수한 한석율은 이 말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는다.
변요한은 "PT를 준비하고 대사를 외울 때부터 석율이 얼마나 현장을 사랑하는 인물인지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 "재미없네". (10국 中)
비리로 회사를 떠난 박 과장 역의 배우 김희원이 고른 대사. 이 대사는 과거 회상 중 엄청난 계약을 성공시킨 박 과장이 사무실을 둘러보며 읇는 말이다.
김희원은 "이 시대의 모든 회사원들이 열심히 일만 하고, 경제적이나 정신적이나 보상이 부족하다는 생각, 너무 살기 힘든 세상, 발전 없이 반복되는 일상 등을 함축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오늘만큼 내 스펙이 부끄러울 때가 없습니다.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았어요". (16국 中)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가 꼽은 명대사.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사업계획서의 담당자가 되지 못한 장그래에게 장백기가 술 자리에서 건네는 한 마디다.
김 PD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대가 필요하다. 네 잘못도, 내 잘못도 없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이 시대 청년들에게 조언했다.
# '더할 나위 없었다. YES!'. (13국 中)
기간제 교사 김민지(가명·여·27) 씨가 꼽은 명대사. 오상식 차장이 요르단 PT에 큰 기여를 한 장그래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의 글귀다.
김 씨는 "그만큼 사람을 위로하고, 북돋아 주는 말이 있을까 싶다. 군더더기 없는 칭찬이었다"고 이야기했다.
# "앞으로 무조건 버텨. 버티는 게 이긴다는 거다". (4국 中)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혜지(여·30) 씨가 꼽은 명대사. 오상식 과장이 계약직으로 뽑힌 장그래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가 건넨 조언이다.
김 씨는 "버티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회사 생활을 했지만 버티지 못해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 "자존심과 오기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차이라는 거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부끄럽지만 일단 내일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3국 中)
회사원 이은규(남·32) 씨가 꼽은 명대사. 한석율과 PT를 준비하며 끌려다니던 장그래가 자신을 답답하게 여기는 오상식 과장에게 털어놓는 진심이다.
이 씨는 "회사를 다니다보면 내 능력으로 도저히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 사람이 나를 이용해도, 나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일의 성과를 위해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 "잊지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14국 中)
계약직 직원 김성미(여·28) 씨가 꼽은 명대사. 정규직과 다른 계약직의 현실에 절망한 장그래가 설날을 맞이해 집으로 돌아가 읊는 독백이다.
김 씨는 "회사를 다니다보면 계약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정규직 직원들보다 내가 모자라게 느껴질 때도 당연히 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스스로 자존감을 되찾는다"고 말했다.
# "이기고 싶다면 그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8국 中)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이준석(남·29) 씨가 꼽은 명대사. 어린 시절, 장그래의 바둑 스승이 그에게 준 가르침이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까지 병행하니 솔직히 힘들다. 그럴 때마다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에 몸이 방전되면 내가 머릿속으로 이루리라 생각한 꿈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 "같은 사람이고 싶다". (14국 中)
대학 강사인 노지영(여·34) 씨가 꼽은 명대사. 1월 초 동기들이 연봉 계약서를 작성하고 직원들이 인센티브에 대해 이야기하는 풍경을 돌아다 보면 비정규직 신분의 장그래는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독백을 한다.
이 대사를 꼽은 이유로 노 씨는 "같은 일을 하지만, 노동계급 사이에 세분화된 차이를 인식하는 일이 우리가 새해를 맡으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이다. 평범하고 싶지만 평범하기가 가장 어려운 시대, '사람의 무리'로서의 연대감을 지연시키고 동류의식을 저해하며 주체들을 끊임없이 풍경으로 내모는 일들이 우리의 연초부터 연말까지 얼마나 평범하게 진행되고 있는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