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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사태 확산…대한항공, 15년만에 오너체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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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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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잇단 사고로 창업주 퇴진, 이번에도 오너일가 도마 위에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과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이 '땅콩 회항' 보도 이후 4일만인 12일 결국 고개를 숙였지만 당시 비행기에서 내쫓긴 승무원 사무장의 폭로로 사태는 오히려 끝없이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은 12일 KBS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 측이 이 사건에 관해 거짓진술을 하도록 계속 강요했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도 이런 내용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의 앞자리에 있던 1등석 승객 박모씨도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에게 내릴 것을 강요했고 승무원에게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에 대해 사무장을 상대로 욕설과 폭행을 했는지 묻는 말에 "처음 듣는 일이다", "모르는 일이다"고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수습 국면으로 넘어가는 듯 했던 이번 사태는 이에 따라 진실게임과 형사사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박 사무장 등의 주장대로 조 전 부사장의 욕설, 폭행과 회사 측의 사건은폐, 거짓진술 강요가 사실로 확인되면 대한항공과 오너 일가는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조 전 부사장은 기내난동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조직적 증거인멸과 거짓진술 강요 등으로 관련 임원 등도 줄줄이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조 회장 일가가 그간 물밑에서 추진해온 경영권 승계의 밑그림도 흐트러질 수 밖에 없다.

앞서 대한항공의 오너체제는 1999년에도 심각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1997년 225명이 사망한 괌 추락사고 2년만에 다시 상하이공항 추락사고까지 터진 대한항공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오너경영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이 때문에 이틀 만에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퇴진하고 조양호 당시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 대외업무만 하는 회장직을 맡았다.

조 회장은 같은 해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후 델타항공의 컨설팅을 받아 안전성 제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에 2000년대 들어 경영체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왔으나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은 일순간에 이런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특히 조 회장이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다. 죄송하다"면서 딸이 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조 전 부사장을 퇴진시키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높다.

견과류 서비스 방식 때문에 비행기를 되돌린 이번 '땅콩 사건'은 조 전 부사장 개인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대한항공 오너 가문 차원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횡포는 이 비행기는 내 것이며 모든 직원이 내 소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전근대적 천민주의 사고방식이 불러온 제왕적 경영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직원을 신분적으로 예속된 봉건주의적 머슴으로 바라본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며 대한항공을 북한에 빗대 꼬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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