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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직원을 쉽게 해고하는 것은 기업의 꿈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시대에는 기업에게 고용 유지 여부 자체가 노사관계에서 사측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비용 절감과 관련해 곧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고용 부문이다.
이같은 기업의 오랜 꿈이 최근 박근혜 정부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기획재정부 핵심관계자가 "정규직 해고에 대한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하더니 25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 인력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마저 띄웠다.
다음 달 발표 예정인 '2015년 경제운용 방향'에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내용을 포함시키기 전에 최 장관은 물론 기재부 고위 관료들이 여론을 떠보듯 얘기를 흘리는 모양새다. 노동계가 즉각 반발하자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도 "노동시장 개혁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보호 합리화를 균형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고용부문 합리화'라는 표현을 담은 바 있다. 이어 3월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발표자료를 보면 기업의 꿈을 이뤄주려는 정부의 계획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기업애로 핵심규제'중 하나가 아예 '고용규제'다. 한마디로 기업이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은 최근 '정규직 해고 → 일자리 증가'라는 논리로 구체화되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서 정부와 기업은 빠지고 정규직만 남긴 꼴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정규직과 비전규직 간 싸움,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은 논평을 통해 "정규직의 처우를 추락시켜놓고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됐다고 할 것인가"라며 정부가 노동여건의 '하향평준화'를 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정규직을 해고한 자리에 비정규직을 고용해 비용을 줄이고 정부는 '고용률 70%'라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노동자는 그만큼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해 정리해고된 노동자 수는 38만명으로 외환위기 직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안전망까지 취약하다보니 해고가 노동자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그만큼 노사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정부가 나간 적은 없었다. 만약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방침이 드러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해 전 조직적 역량을 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