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30개월을 끌어 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협정 타결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 가운데 G1(미국), G2(중국)와 FTA를 맺는 나라가 됐다.
이에따라, 한·중 FTA가 몰고 올 경제적 이해득실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 측면을 넘어 한·중 FTA 타결이 한반도 정치·외교·안보 등 '힘'의 역학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아니,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입장에서 볼 때 어쩌면 경제적 문제 이상으로 더 중요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
우선 FTA가 타결됨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내수시장의 침체 속에서 관세 장벽이 대폭 낮아질 경우 중국의 거대 시장이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해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경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한반도가 G2(중국)와 가까워질수록 G1(미국)이 과연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보여줄 지 관심이다.
미국은 현재 우리 정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싸드)'의 한반도 배치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의 핵 도발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은 유사시 미국 본토로 날아갈 수 있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중국 바로 코 앞에서 무력화 시키겠다는 얘기다.
마치, 캐네디 정부시절 쿠바의 미사일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일촉즉발' 직전까지 갔었던 1960년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한 발씩 아슬아슬 걸쳐 놓은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한·중 FTA 타결 자체에 대해 미국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의 대외 정책의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옮겨지는 상황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게 자명하다.
싸드(THAAD) (사진=록히드마틴사 제공)
그렇다면, 중국은 자신들의 바로 턱 밑에 '싸드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과연 가만 있을까?
최근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마이클 그린 전 선임보좌관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과의 7월 정상회담에서 THAAD의 한반도 배치는 불가하다고 직접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소설가 김진명도 '싸드'라는 장편소설에서 시진핑 주석이 7월 한국만을 전격 방문한 것은 다른 이유보다 "한반도 싸드 배치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뜻을 청와대에 단호하게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묘사 했다.
결국, 중국 역시 "큰 돈은 우리한테서 벌면서 미국과 함께 뒤통수를 칠거냐?"라며 반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중 FTA 타결은 점차 시간이 지나가면서 결코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원래 외교란 철저히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곡예사'의 절묘한 줄타기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부딪히는 '반도국가'는 더욱 중요한 게 외교전략과 전술이다. 지난 5천년 역사를 봐도 이는 쉽게 입증된다.
이 점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에게 다가 온 '도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먹는 것과 안전'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다.
'박근혜호'가 갈수록 높게 밀려들고 있는 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이중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