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노컷뉴스)
검찰이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 7명 등 11명에 대한 징계를 대한 변호사협회(이하 변협)에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변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등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
특히 법률상 피고인이나 피의자에게 보장된 '부인권(부인할 수 있는 권리)'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조언한 변호사에게 '그 행위가 과도했다'며 공익대변자인 검찰이 징계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동주)는 대한변호사협회에 권영국(51), 김유정(33), 등 민변 소속 변호사를 포함해 11명의 변호사에 대해 징계청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변호사법 97조 2항은 '해당 지방검철청검사장은 범죄 수사 등 검찰 업무의 수행 중 변호사에게 징계 사유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 변협에 그 변호사에 대한 징계 개시를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검찰 "해당 변호사가 진술거부나 거짓진술 강요"
변협은 20여명의 조사위원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열어 검찰이 징계 신청한 변호사들을 상대로 진상 조사를 벌이게 된다.
검찰은 이들 민변소속 변호사들이 사회 정의와 인권 옹호라는 변호사 본연의 사명보다는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조직적으로 공권력과 법원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며 이에 대응하기위해 징계 청구를 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특히 장경욱 변호사와 김인숙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강요하거나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두 사람을 형사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변협에 징계만 요청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지난달 15일 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여간첩 이모(39)씨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거짓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장 변호사는 2012년 7월 첫 재판 준비기일 직전 간첩 이씨를 찾아와 "북한 보위사령부와 관련해선 무조건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이를 거부하고 국정원장 앞으로 장 변호사의 행태를 고발하고 대한민국으로 전향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인숙 변호사는 올해 5월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하이힐로 경찰의 머리를 때린 혐의로 구속된 진모(47)씨를 변호하면서 진씨가 자백하려 하자 진술을 거부하도록 한 혐의로 징계 청구됐다.
진씨는 구속된 뒤 김 변호사가 진술을 거부하라고 강요했다며 김 변호사의 접견권을 막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상 '진술거부권, 부인권' 조력이 징계 대상인지 논란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들 변호사에 대한 징계 청구를 두고 검찰이 과도하게 징계청구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횡령·사기·알선수재 등 중대 범죄가 아닌 이유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민변측은 "검찰이 형사사법 제도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징계가 신청된 김인숙 변호사는 "변호사가 묵비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당연한 책무 중 하나"라며 "황당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북파간첩 항소심이 열릴기 전에 검찰이 기선제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변호인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했다고 징계하는 것은 형사사법 질서를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도 "기소된 변호사들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면 대한변협에서 알아서 할텐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징계 신청)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재경지검의 한 판사는 "법률조언가인 변호인이 피고인의 부인할 수 있는 권리, 즉 부인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공익대변자인 검찰이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변협에 징계를 청구하는 것은 '변호사의 조력 권리'를 위축시킬 수 잇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