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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법정에 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발언을 임경묵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3월 12일 퇴임)과 대검 중수부 최고책임자, 대검찰청 자금추적 담당 팀장 등 3명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부(전주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전 청장은 강연 열흘전쯤 자신에게 차명계좌에 대해 말해 준 '유력인사'는 국정원 씽크탱크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임경묵 이사장이라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재판에서 "(임 이사장이) 검찰 내부인맥이 있고 역대 법조계 인사들과도 각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찰 고위직인 자신도 모르는 경찰 내부 소식도 많이 알고 있었다"며 "그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국정원 출신으로 지난 1997년 당시 '102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이른바 '안기부 북풍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조 전 청장은 애초 '차명계좌 관련 정보를 전달했던 유력인사'가 증인으로 나서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재판부의 계속되는 요구에 '유력인사'가 누구인지 이날 공개했다.
조 전 청장은 또 "당시 차명계좌와 관련된 발언을 2년에 걸쳐 2번 이야기해준 사람은 당시 수사를 했던 대검 중수부 최고책임자"라고 말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 최고 책임자는 이인규 대검중수부장(현 변호사)이었다.
조 전 청장은 또 당시 한 경찰 정보관이 "대검찰청 금융자금수사팀장으로부터 들었다"며 관련 정보를 전달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2010년 3월 강연에서의 발언의 출처는 대검 중수부 최고책임자와 대검찰청 자금추적 담당 팀장, 임경묵 이사장 3명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날 임 이사장에 대한 변호인 측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이고 오는 5월 14일 첫 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조 전청장은 재판을 마친 직후 취재진과 만나 "1심 판결 이후 임 이사장과 만난 적이 없고, 전화 통화도 못했다"며 "(지금은)그가 내게 그런 얘기를 해준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31일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월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조 전 청장은 보석 심문에서 "강연 발언 출처 3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해 구속된지 8일 만에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