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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전화통화를 도청하고 문자메시지까지 실시간으로 빼돌릴 수 있는 도청 어플리케이션인 일명 '스파이폰'을 유포한 업자가 처음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중국에서 구입한 도청앱을 유포한 혐의로 최모(39) 씨를 구속하고 도청을 의뢰한 양모(31)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산동성에서 현지 범죄조직으로부터 도청앱을 구입한 뒤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를 광고해 양씨 등에게 390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유포한 도청앱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는 스마트폰에 설치되면 전화통화를 도청하고 문자메시지를 빼돌릴 수 있다. 심지어 위치 추적과 주변소리 녹음도 가능하다.
경찰조사 결과 양씨 등은 채무자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내연 관계인 상대방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불법 도청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이 아내의 스마트폰을 도청하기 위해 설치한 경우도 있었고, 직장동료의 사생활을 엿보려는 회사원도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마트폰에 도청앱이 깔린 피해자들은 실시간으로 사생활을 침해당했다. 심지어 71일 동안 1,777건의 전화통화를 도청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한 피해자는 "경찰에서 이런 어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도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계속 도청이 됐다고 하니까 다른 사람들과도 전화통화를 하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최씨가 유포한 도청앱은 스마트폰에 전송된 다운로드 링크를 클릭하면 손쉽게 설치되며 이용자 몰래 유출된 정보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다만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쓰는 애플의 아이폰 계열 스마트폰은 '스미싱'과 마찬가지로 도청앱에서 자유롭다. 자사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어플은 아예 설치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미싱'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성능이 강력한 도청앱이 국내에서 적발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는 콜센터는 중국에, 광고용 홈페이지는 일본에, 정보유출 서버는 미국에 두는 식으로 경찰 추적을 피해왔다. 의뢰인들로부터 도청앱 이용 명목으로 매월 30만원을 받아 중국 조직에 16만원을 건네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겼다.
경찰은 도청앱이 설치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스마트폰에서 실행중인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어플은 함부로 설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찰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사생활을 심각히 침해할 수 있는 이 앱의 국내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