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작업 중인 해경 함정 근무자들
해양경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입한 구명동의가 안정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목숨을 건 불법조업 중국어선과의 사투. 먼바다에서의 각종 해난사고 대비훈련과 인명구조에 하루에도 수십 번 씩 구명동의를 입었다 벗기를 반복하는 해경 함정 근무자들.
지난 2007~2009년 사이 전국 4개 지방해양경찰청과 16개 해양경찰서에서 구입한 수 천벌의 구명동의가 안전에 취약한 합성수지(PE: 개당 2~3만 원)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해경은 제대로 확인도 없이 구명동의를 구입했다.
애초 해경이 구입하려던 부력과 성능이 좋은 고무재질(NBR: 개당 9~10만 원)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속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제품규격과 품질구분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업체들이 저가의 구명동의에 비싼 제품의 표시를 달아 납품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겉보기엔 두 제품의 성능과 내구성이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가격은 무려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납품업체는 제품에 붙은 승인표시대로 납품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훈련 중인 해경
바다에서 위급상황 시 구조될 때까지 부력을 이용해 몸을 뜨게 하는 구명동의가 내구성이 떨어지면 쉽게 마모가 돼 공기가 빠지면서 부력이 약해져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불량 구명동의 납품은 허위 형식승인과 부실한 검수 체계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경은 이미 형식승인을 받은 실적이 있고 제출한 자료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관련 기관이 하지도 않은 형식승인과 검사를 했다며 허위 판정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런 허점을 노린 생산업체가 정상제품으로 승인을 받은 뒤에는 겉과 속이 다른 제품을 팔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품을 일일이 다 뜯어볼 수 없다는 점도 철저한 검증을 어렵게 한 이유로 보고 있다.
구명동의 합격승인은 해양항만청과 한국선급협회 등 지정기관의 형식승인과 최종 검사 등을 거쳐 결정된다.
해경은 문제의 구명동의 납품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가짜 승인표시를 단 구명동의가 일반 선박과 어선 등에도 판매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