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참개암나무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참개암나무'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참개암나무암꽃

 



아직은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따스한 햇볕이 있고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생태숲에도 봄이 왔음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풀꽃들이 열심히 꽃을 피우고는 있지만 봄 풍경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대개 나무에도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봄이 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제주에는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우는 나무가 꽤 많지만 낙엽이 지는 나무 가운데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이 참개암나무인 듯합니다. 생태숲의 참개암나무도 주렁주렁 꽃을 달고 조금은 황량한 겨울숲에 봄 색깔을 입히고 있습니다.

참개암나무는 자작나무과의 낙엽이 지는 나무로 제주도 외에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남해안 일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해발 1,200m이하의 숲속에서 자라는데 키는 4m 정도 밖에 자라지 않는 작은키나무입니다. 잎 가장자리에는 겹으로 이루어진 톱니가 있고 어린잎에는 붉은 색 무늬가 선명합니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함께 달리는 암수한그루입니다. 수꽃은 가지 끝에 2∼4개가 길게 아래를 향해 드리우고 있고 암꽃은 수꽃이삭 위쪽에 붉은 꽃잎과 함께 나무의 겨울눈처럼 앙증맞게 달립니다.

수꽃을 길게 늘어뜨리는 나무들이 꽤 있습니다. 참개암나무를 비롯해서 오리나무, 자작나무의 꽃이 그것인데 동물의 꼬리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꼬리꽃차례라고 하며 한자로는 유이화서(訂荑花序)라 씁니다. 이렇게 길게 늘어뜨리는 이유는 바람을 이용해서 꽃가루받이를 하려는 것으로 대부분 잎이 달리기 전에 꽃을 피웁니다. 왜냐하면 나무에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꽃가루를 옮겨주는 바람을 막아 꽃가루받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참꽃나무는 잎이 나오기 전에 이른 봄부터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나뭇잎을 보려면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두 달 정도가 지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참개암나무수꽃

 

10월이 되면 참꽃나무의 열매가 익어가기 시작합니다. 열매는 딱딱하고 둥글며 털이 빽빽이 나 있는 뿔 모양의 총포에 싸여 있습니다. 개암나무 종류에는 참개암나무 말고도 대표 격인 개암나무를 비롯해서 병개암나무, 물개암나무가 있지만 총포의 모양과 길이가 서로 다릅니다. 여기서 '개암'은 개암나무의 열매를 뜻하는 것으로 '개밤'이 변한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즉 '개'라는 접두어에는 '질이 낮다'라는 뜻이 있는데 '밤보다 질이 떨어지는 열매'라고 풀이해도 되겠습니다. 그러나 개밤나무의 열매에서는 향긋하고 고소한 맛이 있어 정월 대보름날 부럼으로 쓸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그리고 식물 이름에 '참'이이라고 하면 '진짜' 또는 '사람들에게 쓰임이 많은'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주로 식용하는 것은 참개암나무 보다는 개암나무의 열매이므로 '참개암나무'라 한 이유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개암나무와 관련되어 내려오는 신화나 설화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혹 떼러 갔던 마음씨 나쁜 혹부리영감이 혹을 붙여왔다는 '혹부리영감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에서 내려오는 민담이고 우리나라에는 초등학교 시절 한번쯤 읽어봤던 마음씨 착한 나무꾼과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가 내려옵니다. 서양에서도 개암나무와 관련된 신화가 내려오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신화 코리리포리 공주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기를 꺼려했던 코리리포리공주는 자신의 얼굴에 묻었던 피가 흔적으로 남게 되자 그것을 걱정하다 죽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올라온 나무가 개암나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잎 표면의 붉은 색 무늬는 공주의 얼굴에 묻은 피이며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했기 때문에 열매는 굳은 껍질 속에 숨어 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개암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지팡이는 비를 내리게 하는 마법의 지팡이였습니다. 이 밖에도 유렵에서는 사랑을 점칠 때 자신과 애인의 이름을 개암나무 열매에 각각 써서 불에 넣고 같이 불씨가 튀거나 불에 타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 북유럽의 켈트신화에서 개암나무는 번개의 신 토르에게 바쳐진 나무입니다. 그래서 개암나무는 번개를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우리나라의 결혼식 때 폐백을 올릴 때 밤이나 대추를 신부의 치마에 던져주면서 덕담을 하듯 유럽에서도 결혼식 때 다산을 상징하는 개암나무 열매를 신랑, 신부에게 던져주는 풍습이 있습니다.

코리리포리 공주의 신화에서 유래했는지 참개암나무의 꽃말이 화해입니다. 지금과 같은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때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합니다. 급하지만 돌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는 없는 것인지 참개암나무를 보면서 화해를 생각해봤습니다. 제주의 숲에는 곶자왈의 백서향을 선두로 해서 참개암나무가 꽃이 피고 생강나무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겨울 기운이 남아 있지만 조금 있다 화사한 벚꽃이 피는 따스한 봄이 기다려집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