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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수감 중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이유로 7일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한화 계열사와 소액주주, 채권자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구속된지 5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재벌총수로는 흔치않게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김 회장은 그동안 경제계 인사들에 대한 '봐주기식 판결'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회장은 다른 재계 인사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을 공산이 커졌다.
많은 재계 인사들은 구속이후 급격히 병세가 나빠져 휠체어에 의지하면 법정에 서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이 형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4월 태광그룹의 이선애 상무가 구속된지 두달만에 풀려났다.
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곤란, 전신부종 등으로 건강이 악화돼 형 집행이 정지된 것이다.
이 상무는 구급차를 타고 서울서부지검에 출두해 세간을 주목을 받기도 했다.
'휠체어 재판'의 원조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형집행 정지이라는 '혜택 아닌 혜택'을 톡톡히 본 대표적인 사례다.
정 전 회장은 수서비리, 한보사태 등에 굵직한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모두 일곱번의 유죄 선고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다섯 번의 실형을 받았다. 정씨는 97년 한보사건과 관련해 징역 15년형이 확정돼 5년 5개월을 복역하다가 고혈압 · 협심증의 병세로 석방됐다.
하지만 진단서를 발급해준 이모 전 서울대병원장이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병원비로 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무죄를 확정했다.
정태수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강릉영동대 교비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2심 재판 도중인 2007년 신병 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건너간 뒤 현재까지 해외 도피 중이다.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08년 11월 구속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도 4개월 이후 건강악화로 집행정지가 반복됐다.
곽 전 사장은 구속집행 정지 기간에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집행정지 기간이 짧아져 조기 수감되기도 했다.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도 병보석과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번갈아 가며 받았다.
지난 2008년 12월 구속된 박 전 회장은 2009년 7월 3주간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내고 이후 여러 차례 기간을 연장하다가 2009년 11월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 2011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뇌물공여와 조세포탈로 징역 2년6월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박 전 회장은 한달 만에 또 구속집행 정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유독 기업 총수 등 재계인사에게 집중되는 형 집행정지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인 김남희 변호사는 "법원이 판결이나 법집행에 있어서 재계에 대해 유달리 관대한 처벌 한 건 사실"이라며 "유사한 병세 있을때 다른 수감자에 대해서 같은 처우를 할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