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선발 시험지 유출 혐의로 구속된 충남교육청 소속 장학사 A 씨가 속칭 '대포폰'으로 검은거래를 했고, 돈 수수 과정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노컷뉴스 2013. 1. 8 "장학사 시험 3문항에 3000만원"...도대체 왜?)◈ 장학사가 대포폰까지구속된 A 씨는 거액의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범죄의 도구인 '대포폰'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연락과정에서 타인 명의의 대포폰을 사용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조폭이나 대출사기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대포폰을 현직 장학사가 사용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경찰조사에서 A 장학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B씨는 A씨를 직접 만나 돈을 건넸지만,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A 씨는 '대포폰'으로 '장학사 장사'를 한 의혹이 나오고 있다.
◈ 돈 전달은 007 작전처럼(?)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구속된 A 씨는 장학사 시험에 응시한 교사에 접근해 양 측 모두와는 관계가 없는 제3의 도시에서 접촉한다. 하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포폰을 통해 응시자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장소에 돈을 놓고 가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장소가 공원이라고 하면, '어느 공원 몇 번째 벤치에 돈을 놓고 가라'는 식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 특정 장소를 바꾸기도 한다. 처음에는 공원이라고 했다가 약속 시간을 코앞에 두고 '어느 건물 주차장에 놓고 가라'는 식이다.
돈을 확인하면 다시 대포폰으로 전화를 걸어 빼돌린 문제지가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검은 거래'는 이 처럼 대면도 없이 현장에서 이뤄졌으며 계좌 등 흔적이 남을만한 일은 없도록 철저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B 씨외 일부 응시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도 대포폰의 통화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 장학사 선발 과정에서 이 같은 거래가 5~6차례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경찰에서 "기출문제를 줬을 뿐 문제지 유출은 없었다"거나 "받은 돈도 시험 노하우를 알려준 뒤 받은 수고비"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구체적인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경찰은 "대포폰 통화내역에 대한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통화 상대자 가운데 응시자가 있을 경우 철저히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