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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구름떡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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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구름떡쑥'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구름떡쑥

 

올 겨울 제주에는 다른 해에 비해 눈이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한라산을 굳이 오르지 않아도 저지대 오름에서 어렵지 않게 눈 쌓인 풍경을 만날 수가 있을 정도입니다.

가끔 한라산에는 5월까지도 잔설을 볼 수 있는데 올해에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이 녹아내리고 서서히 초록으로 단장을 하는 한라산의 봄은 겨울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것은 추운 겨울을 넘긴 들꽃들과 눈맞춤을 할 수 있는 것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5월의 설앵초, 흰그늘용담이 피고나면 7월에는 구름떡쑥이 그 뒤를 잇습니다.

구름떡쑥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입니다.

키는 다 크면 한 뼘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연한 노란색 꽃이 달리는데 빠르면 여름이 한창인 6월말에 피기 시작하어 8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줄기 아래에서 올라오는 잎은 꽃이 필 때 없어지고 가운데 잎은 윗부분이 조금 넓은 긴 타원형으로 생겼습니다.

꽃은 연한 노란색으로 줄기 끝에 1개 또는 여러 개가 모여서 우산모양으로 달립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떡쑥 종류에는 구름떡쑥 말고도 대표 격인 떡쑥, 왜떡쑥, 다북떡쑥, 들떡쑥 등 9종 정도가 있습니다.

구름떡쑥이라는 이름은 구름이 떠도는 높은 곳에 자란다 하여 붙여졌습니다. 한라산 백록담 근처의 풀밭을 삶터로 정한 것입니다.

바람이 드셀 뿐만 아니라 안개가 자주 몰려오기도 하여 꽃이 피는 여름까지도 밤에는 추위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구름떡쑥은 키를 작게 하여 바람의 영향을 줄이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꽃을 제외한 줄기, 잎 등 몸 전체를 흰색의 솜털로 무장했습니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을 견디어 내서 그런지 꽃에서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구름떡쑥1

 

꽃가루받이를 위해서도 어려운 환경을 잘 이겨나가는 듯합니다.

8월이 지나면서 한라산은 서서히 추위지기 시작하고 곤충들의 활동도 서서히 줄어듭니다. 이것을 생각이나 한 듯 꽃을 피우는 시기는 곤충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7~8월입니다.

그리고 보통 국화과 식물들은 작은 꽃들이 모여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큰 꽃이 달려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구름떡쑥도 줄기 끝에 하나의 작은 꽃차례를 만들고 다시 여러 개의 작은 꽃차례들이 모여 큰 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더욱이 식물체를 둘러싸고 있는 흰털로 인해 도드라져 보이는 노란색 꽃은 꽃가루받이에 한결 도움을 줍니다.

이것은 실제로 곤충들의 눈에 작은 꽃들을 크게 보이게 함으로써 척박한 환경 속에서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껴 능률적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려는 의도입니다.

이런 모습과 생태는 마치 백록담 근처에서 자라는 한라솜다리와 닮았습니다.

그러나 구름떡쑥은 한라솜다리 보다 꽃이나 잎이 모두 왜소하고 해발고도상 더 아래지역까지 자랍니다.

그런데 최근 구름떡쑥의 개체수가 눈이 띌 정도로 줄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철 한라산을 오르면 쉽게 볼 수 있는 꽃 가운데 하나였으나 지금은 찾아보기가 만만치 않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한라산의 조릿대가 영역을 넓혀가면서 풀밭이 사라지고 구름떡쑥도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산림청에서는 구름떡쑥을 보호하기 위해 희귀식물 및 특산식물로 지정해놓고 있기도 합니다.

구름떡쑥의 꽃말은 '순수'입니다. 꼭 꽃말이 아니더라도 화려하지 않으면서 하얀 느낌을 주는 모습에서 소박하고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한라산 능선을 돌고 돌아 어느 풀밭에 살포시 내려앉은 하얀 구름을 닮았습니다. 들꽃들이 다 그렇지만 구름떡쑥을 보다 보면 세상의 일들을 내려놓을 수 있어 좋습니다.

이것은 오랜 세월 척박한 환경 속에 적응하면서 만들어낸 힘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구름떡쑥이 예전에는 전초를 시경향청(翅莖香靑)이라 해서 약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름 또는 겨울철 환절기 감기에도 좋고 기관지염이나 장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한라생태숲에도 눈이 무릎까지 쌓이고 언덕 위 소나무는 흰 눈과 대비되면서 더 푸른색입니다.

사실 쌓인 눈은 추운 날씨에 땅속의 열을 유지시켜주고 눈 속에 섞여 있는 비료성분인 질소화합물 등은 식물들의 생육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봄이 되어 눈이 녹아 증발할 때는 땅속의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려 해충을 없애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눈은 식물들이 자라는 데 관련이 있습니다.

예전 어른들은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풍성한 가을을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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