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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로맨틱 코미디 '나의 PS파트너'(감독 변성현)에서 폰섹스는 연인이 서로 야릇한 대사를 주고받으며 흥분한다기보다 여자가 일방적으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자극하는 방식이다.
남녀가 함께 감정을 교류하는 베드신과 달리 민망함(?)을 분담할 동지가 없다보니 촬영하면서 머쓱한 기분이 든 게 사실이다.
김아중은 영화개봉에 맞춰 노컷뉴스와 만나 "폰섹스 장면에서 나오는 야릇한 대사나 소리는 그냥 녹음실에서 작업했다"며 "나 홀로 하는 작업이라 별 재미는 없었다. 동시에 나 혼자 그러고 있자니 쑥스럽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녹음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는 "감독이 원하는 바가 명확했다"며 "19금 외화에서 폰섹스 장면만 모아놓은 자료화면도 보여줬고 대사의 어미처리나 호흡까지 정확하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이런 명확한 디렉션은 김아중이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김아중은 "감독님이 아무래도 남자이다 보니까 남자의 시선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윤정 캐릭터 같은 경우 첫 인상은 평범했다. 남자가 가지고 있는 로망이나 판타지가 많이 투영된 캐릭터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시나리오를 받고 조금 주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의 뚜렷한 개성과 열린 사고에 신뢰가 갔다.
김아중은 "대부분의 신인감독들은 전부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자기 개성을 잃은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자기생각과 개성이 뚜렷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열린 태도를 취했다"고 비교했다.
이어 "윤정의 엄마 같은 경우 원래는 평범한 엄마였는데 김보연 선배가 영화는 이렇게 발칙하고 재밌는데 엄마 캐릭터가 왜 이렇게 재미없냐며 (딸 앞에서 자신의 섹스라이프를 떠벌리는) 지금의 엄마로 만들었다"며 "제 의견도 많이 반영해줬다. 남자캐릭터는 감독님 고집대로 갔다면 여자캐릭터는 여배우들의 의견을 많이 따라줬다"고 덧붙였다.
변성현 감독이 처음 그린 윤정은 '언페스이풀'의 다이안 레인처럼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는 다소 우울한 여자 이미지에 가까웠다.
다른 캐릭터는 로맨틱 코미디 속 인물이라면 윤정만 멜로나 치정극 느낌이었다.
감독과 얘기하면서 밝은 면이 추가됐고 대본에 없던 신들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김아중은 "PD님이 초고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말씀했을 정도"라고 비교했다.
야한 영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 일화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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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중은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면 현장이 밝아야 하지 않냐"며 "그래야 긴장도 풀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야한 농담을 던지곤 했는데 (감독님이) 잘 안받아줬다"고 털어놨다.
"스태프들하고 스스럼이 좀 없어지기도 했다. 근데 감독님과 촬영감독님 등은 제 농담을 잘 안받아줬다. 촬영감독은 교수님 스타일이라 당황해했고, 감독님은 나중에 쑥스러워서 안 받아준 게 아니라 제 농담이 하나도 안 야해서 안받아줬다고 하시더라."
도대체 무슨 농담을 던졌냐고 재차 묻자 김아중은 다소 쑥스러운 듯 "발렌타인데이 때 남자스태프들한테 초콜릿을 돌리면서 '먹지마세요, 발라보세요. 몸에 바르는 초콜릿'이라고 했다. 또 어떤 대사에 빵 터지면 '좋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나의 PS파트너는 연애 약자들을 위한 영화를 표방한다.
극중 김아중과 지성은 각자 서로의 연인을 더 좋아했거나 좋아한다는 점에서 연애 약자란 공통점을 지닌다.
김아중은 "실제의 저 역시도 처음에는 우위에 서나 일단 교제를 시작하고 나면 더 많이 좋아하게 돼 관계가 역전된다"며 "근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다 그렇지 않냐"며 반문했다.
밀고 당기기를 잘 못하냐고 묻자 그는 "잘 못하기도 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영화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이번 작업에 쏟은 마음을 언급했다.
그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고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매순간 모든 대사를 많이 고민했고 내가 과연 주인공이라면 같은 마음으로 같은 선택을 했을지 끊임없이 반문하면서 연기했다. 감독 배우 모두 재미가 아닌 진짜 마음을 쫓아갔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는 "사랑을 막 시작한 풋풋함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냐"며 "우리 영화는 오래된 연인이 봐도 재밌을 영화라는 점에서 차별되고 또 애착이 간다"고 덧붙였다.
나의 PS파트너는 폰섹스란 발칙한 소재로 출발하나 다 보고나면 김아중 지성의 성장영화로 다가온다.
누구나 뼈아픈 연애를 통해 한 뼘 성장하듯 이 영화의 주인공들 또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