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성기능 불구래. 의사 선생님 말로는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모태치료라는 걸로 치료가 가능하대. 선생님이랑 통화해봐."
지난달 20일 오전 9시.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주부 A(59)씨는 아들의 갑작스런 '고백'에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주 작은 소리로 "병증이 심각하다"는 아들의 울먹임 뒤로 자신을 '비뇨기과 의사'라고 소개하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아드님은 현재 발기부전으로 성기능 장애가 있습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 주사, 수술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이 방법보다 더 효과가 뛰어난 게 있습니다. 바로 모태치료입니다."
이 남성이 설명한 모태치료는 상식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방법이었다.
어머니의 신음소리를 아들의 성기능 장애 치료에 사용한다는 것. 이 남성은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초음파를 타고 흘러가 아들한테 치료 효과를 준다"며 "수치스럽고 당황스럽겠지만 어머니께서 꼭 도와줘야 한다"고 A 씨를 설득했다.
이 남성의 설명을 들은 A 씨는 괴로웠지만 아들의 치료를 위해 결심을 굳혔다. 한 달에 3번, 1회 25만 원의 치료비를 내야 한다는 남성의 제안을 승락했다.
다음날 오전 8시 10분 A 씨는 "은밀한 상담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시내 한 모텔로 들어갔다. 모텔에서 의사는 신음소리를 녹음한다는 명목으로 A 씨를 추행하는 등 A 씨와 성관계를 맺은 뒤 치료비 명목으로 25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이후 의사는 "이 치료는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니 아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A 씨의 입단속까지 시켰다. 그러나 치료과정이 수치스러웠던 A 씨는 이같은 사실을 아들에게 털어놨고 가족들의 신고로 이 남성은 결국 덜미가 잡혔다.
수원지검 형사2부(오인서 부장검사)는 피해자를 유인해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이모(45)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자영업을 하는 이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중년 여성인 A 씨가 전화를 받자 이같은 짓을 벌였다.
이 씨는 또 아들인 것처럼 행세하다 금새 목소리를 바꿔 의사 연기를 하는 등 1인 2역을 하며 피해자를 속이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지난 2000년 여성 4명으로부터 신음소리를 받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가 전화 목소리를 일부러 작게 해 아들인 것처럼 연기했으며 피해자는 이 씨의 말만 믿고 돈을 흰 봉투에 담아오는 등 치료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여성들을 속였다"며 "나도 피해자가 잘 넘어와서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