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한 대구의 고등학생이 올해 초 이미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 형식의 일기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김모 군은 지난 1월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라는 제목의 자필 일기에서 "더 이상은 살기 힘들 것 같아요. 올해 초부터 어떤 나쁜 녀석에게 맞고 시키는 건 다하고…." "축구를 하자고 나오라고 했는데 10분 늦었다고 때렸어요. 고막이 찢어진 것도 그녀석 때문이에요"라고 토로했다.
지난 1월 김군이 남긴 자필 유서
김 군은 또 A4 용지 3장 분량의 일기 말미에서 "엄마는 제 통장을, 아빠는 제 방을 가지세요" "10년이든 100년이든 1000년이든 기다리면서 언제나 지켜볼게요"라고 남겼다.
하지만 김 군은 유서 작성 뒤 자살시도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으며, 이 유서는 김 군의 부모가 우연히 발견해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필 일기와 함께 김 군이 투신하기 직전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인터넷 축구게임 회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등으로 미뤄 김 군이 상습적인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김 군은 카카오톡을 통해 "미치겠다, 2년째 견디는데 힘들다. 어차피 맞아죽을 거면 내 스스로 죽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김 군이 중학생 시절부터 활동한 축구동아리 회원들과 카카오톡 대화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유서 등에서 고막 부위에 부상을 입힌 당사자로 언급된 축구동아리 회원 동급생 A군(고교 1년)이 괴롭힘에 직접 가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A군은 김 군의 사망 보도가 나가자 중학교에게 찾아가 자신은 학교폭력과 무관하다며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