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의 한 농장주가 다섯 달 가까이 소를 굶겨 수십 마리를 죽게 한 사실이 앞서 CBS 보도로 드러났다.
소를 굶겨죽인 행위가 학대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CBS는 어디까지를 동물학대로 봐야할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동물학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첫 번째 순서로, 소 아사 논란을 계기로 법의 사각지대에 숨어있는 농장동물 학대의 실태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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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깎듯 닭 부리 절단, 연필깎는 칼로 돼지 생식기 제거…학대 논란공장식 농장에서 길러지는 닭들은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고통의 연속이다.
A4 용지 크기만 한 곳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고개만 내민 채 모이만 먹는 닭들은 하나의 생명체라기보다는 고기와 달걀을 생산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산란율이 떨어지면 농장주는 닭들을 2주 정도 굶긴다. 자극이 주어지면 닭들이 다시 알을 낳기 시작한다는 이유에서다.
평생 지낼 양계장에서의 호된 신고식은 부리를 자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린 닭들은 인간의 손에 움켜져 부리절단기로 끌려가고, 날카로운 칼날이 내려오는 순간 평생 날아보지도 못할 날개를 푸드덕 거리면서 고통에 몸부림친다.
좁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쪼아 상처를 입히거나 죽이는 일이 발생하자 닭 부리를 미리 자르는 것이다.
돼지들은 예민해지면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는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꼬리가 잘린다. 이렇게 꼬리가 없어진 돼지는 폭이 겨우 60cm인 임신틀에 갇혀 3년 동안 임신과 출산만을 반복하다 생산력이 떨어지면 도축장으로 간다.
또 수퇘지들은 냄새가 나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생식기가 제거된다. 문제는 소독도 안 된 연필깎는 칼로 마취도 안한 채 이런 행위들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장이 쏟아지기도 한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는 “심지어는 인부들이 잘라낸 돼지 생식기를 그 자리에서 프라이팬에 구워 술 안주로 먹기도 한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잘 포장된 고기와 달걀 속에는 이처럼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되는 동물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가축은 동물아냐? "가축은 좀 그래…"최근 전북 순창에서 사료 값이 없다는 이유로 농장주가 소를 방치해 수십마리가 굶어죽은 사례를 계기로 가축에 대한 학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소 아사 사건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농장주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된 사례에서 보듯 아직까지 가축들은 동물학대 논란에서 비켜서 있는 게 현실이다.
전북도청 축산과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이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위주로 돼 있어서 가축에게는 적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나 돼지 등은 보호가 필요한 동물이라기보다는 키워서 수익이 되는 산업동물이라는 근거를 댔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는 “고통뿐인 공장식 사육은 학대가 당연하고, 지난 구제역 파동 때도 이같은 사육은 안 된다는 여론도 들끓었지만 정부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씁쓸해했다.
농장동물 학대 금지 조항을 만들면 축산업자들한테 손해가 갈 수밖에 없고,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농촌 출신이기 때문에 도축업자들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어 “순창 소 아사사건에서 봤듯이 소들을 강제로 굶겨 죽였기 때문에 명백한 법 위반인데도 처벌도 안됐고 격리조치조차 안 시켰다”면서 “법에 있는 것도 안 되는데 법 제정이 어떻게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장 동물들을 고통 속에서 구해낼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공장식 가축사육을 금지하는 추세고, 우리나라도 최근 서울시가 공장식 가축의 고기를 학교 급식에 쓰지 않도록 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수요가 요구를 하면 생산은 따라가게 돼 있고 축산업자들은 소비자들을 겁낼 수밖에 없다”며 “복지 축산한 가축을 학교 급식에 권장해 달라는 조례를 서울시가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의 고기가 우리 몸에 좋을 리가 없다는 인식도 커지면서, 가축을 공장식으로 사육하는 환경도 동물학대로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