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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0년 10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권재진 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파이시티 전 대표의 경찰 수사와 관련해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는 2010년 8월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를 받았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여러 차례 만나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관련 청탁을 했던 이 전 대표는 이번에도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최 전 위원장을 찾았다.
같은 해 10월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찬을 겸해 만난 자리에서 최 전 위원장은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사 관련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최 위원장이 권재진 수석한테 전화를 걸어 잠시 들르라고 하더니 사건을 설명하고 ‘잘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최 전 위원장이 당초 알려진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뿐만 아니라 수사 무마 청탁도 들어줬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이 전 대표는 평소 최 전 위원장을 만날 때마다 뭉칫돈을 건넸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만큼 이날도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한 셈이어서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결국 PF대출을 알선한 우리은행 직원에게 29억6000만원을 건네고 회사자금 238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알선수재 혐의의 경우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기만 해도 성립되는 만큼 ‘청탁 전화’까지 건 최 전 위원장은 혐의가 더 무거워질 수도 있다.
또 권 장관이 청탁을 받고 수사기관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사건은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기록과 법원의 재판기록 등 필요한 자료를 모두 가져다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법무부 대변인을 통해 “전임지에서 있었던 일은 언급하기 부적절하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언급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