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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7시 50분쯤 112 센터로 "납치돼 승용차에 갇혔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그 즉시 관내 전 경찰관들은 긴급 배치됐고 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50여명은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신고자 확인과 현장주변 차량 등을 수색했지만 어떠한 납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조사결과, 절도죄로 벌금형을 받은 20대가 경찰을 골탕먹이려 허위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7일에도 "아들이 납치된 것 같다"는 한 어머니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경찰은 관할 소방서에 휴대전화 긴급 위치 추적을 의뢰하고 고등학교 3학년인 A(18)군을 찾기 위해 12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됐다.
하지만 가출한 A군이 집에 돌아갔을 때 부모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허위 신고 때문에 경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초 발생한 수원 납치살인 사건에서 초기 대응 부실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경찰은 112 전화 한 통, 한 통을 소홀히 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장난 전화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더욱 많아졌고, 허위 신고 질책에 "제대로 일하는지 보려했다"는 신고자들 때문에 경찰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허위신고 뿐만 아니라 황당 신고도 많다. "모 초등학교 3학년 김 모군이 때렸다"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장난전화는 물론 "택시가 안잡히니 와서 택시를 잡아달라"는 전화만해도 하루에 수십여건에 달한다고 경찰은 말했다.
또 "윗집에서 레이저로 우리 집을 쏘고 있다"거나 "새벽 시간대에 잠이 안온다"며 개인적 사생활을 늘어놓기도 하고 술에 취해 전화해 “김 경사 들으시오”라며 7시간여 동안 신세한탄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 하루에 장난전화 2400여건…신고센터 근무인원 122명 불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12에 걸려오는 긴급신고 전화는 하루 평균 2만 8000여통이다. 그 가운데 이같은 장난 전화는 무려 2,400여건에 이른다.
아무리 황당한 신고라도 일단 접수되면 경찰은 무조건 출동해야하다 보니 허위신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경찰이 느끼는 허탈감은 극에 달한다.
더구나 경찰 인력이 적은 것도 문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2신고센터 접수 건수는 2,841,869건으로 2007년에 비해 37.7% 증가했지만 신고센터 전체 근무인원은 현재 12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1인당 응대 건수도 훨씬 많았다.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의 1인당 연간 통화건수는 65,399건으로 미국 뉴욕 911콜센터(7,300건)의 9배, 일본 도쿄 110콜센터(11,837건)의 5.5배에 달했다.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 요원들은 지난해 하루 평균 308건, 시간당 48.5건을 맡아 1분 14초마다 1건씩 처리한 셈이다.
만약 허위 신고를 받고 수십여명이 현장에 출동한 사이 정말 생명이 위급한 범죄나 재난 신고가 들어온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서울청은 지난 19일 112에 긴급 신고가 들어올 경우 119로 통화를 연결해 신고자 위치추적을 신속하게 하고 범죄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경찰-소방 간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장난전화가 줄지 않는다면 이같은 노력은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112 장난 전화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10만 원 이하 벌금형이나 3일간 구류에 처해진다. 수천만 원 벌금형 또는 수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장난전화에 대한 처벌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청은 장난전화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지난 18일 '자신이 납치되었다'는 허위신고로 경찰관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김 모(2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한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경찰관 비상소집에 따라 소요된 비용을 물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