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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사의를 표한 가운데 지난 20개월여 임기 동안 경찰 개혁에 앞장섰던 성과와 함께 그 과정에서 불거졌던 각종 과오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 청장은 친서민 경찰활동과 인사정의 실현 및 부패비리 척결, 근무체계 개선 등 7대 개혁과제를 앞세워 추진했지만 선관위 디도스 사건 축소 은폐 의혹과 수사권 조정 문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조 청장은 지난 2010년 8월 취임 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의 거센 공세를 받았으면서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로 인해 경찰총수로서는 유례없이 검찰에 2차례나 서면진술서를 내야 하는 처지에 서기도 했다.
경기지방경찰청장 시절 쌍용차 사태를 강경 진압했다는 비판 여론과 서울지방경찰청장 때 이른바, '날개꺽기'를 했다는 양천서 고문 사건이 터져 책임론도 거셌다.
하지만 취임 뒤 서울G20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행사에서 경호 업무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뒤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구타와 가혹행위로 물들었던 전의경 문화 개선에도 앞장 섰다는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강남 룸살롱 황제' 사건에서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관을 무더기 징계해 해면과 파면을 일삼는다는 이른바, '해파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당시 자체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경찰관들이 구속되는 등 부실 감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인천 조폭 난동사건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들을 "꽁무니를 뺐다"고 내치거나 성과주의를 비판한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을 파면하는 등 포용의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부정적인 평도 듣는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측과 전화 통화를 주고 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사전 조율을 했다거나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홍역도 치렀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도 경찰의 수사개시진행권은 명문화 했지만 내사 등 검사의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놓고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내부 불만과 함께 검찰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밥그릇 싸움'만 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평소 '직을 걸겠다'는 말을 자주 꺼내는 등 직설적인 화법을 썼고, 파격적인 측근 발탁 인사 등으로 조 청장의 임기는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조 청장은 결국 수원 20대 여성 피살 납치 사건에 대한 경찰의 총체적인 부실 대응과 거짓 해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총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