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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온라인에서 1/4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을 보고 화장품을 샀는데 배송된 제품을 보니 용기가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저만 그런게 아니였어요. 해당 회사에 문의했더니 단종 예정인 제품이라는 답변도 나왔구요."(34세 주부 서 모 씨)
LG생활건강과 엔프라니 등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이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을 통해 판매할 때 판매 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헐값에 내놓는 화장품은 대부분이 비인기라인이나 시즌오프 재고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업체들이 재고를 파격할인으로 포장할 수 있는 이유는 특별한 단속규정이 없기 때문이어서 '얄팍한 상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설날이나 추석 등 매년 선물 시즌이면 온라인이나 홈쇼핑 화장품 코너에 파격할인 광고문구가 등장한다. 적게는 50~60%, 많게는 70~80%까지 파격적인 가격에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지난 설연휴를 전후로 디앤샵 등 온라인몰에서 LG생활건강이 최대 70~80%의 파격 할인가에 화장품 선물세트를 내놨다.
기초화장품과 에센스 등으로 구성된 보습라인 13종의 정상가 25만 8000원 대비 1/5수준인 5만 2400원에, 초보습 11종세트의 경우 원가가 34만원이지만 4만 9000원에 매물로 나왔다.
또 선크림의 경우엔 여름이라는 계절용 제품이다보니 이 제품의 재고를 우려해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재고소진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행이 지난 제품, 용기가 바뀔 예정인 제품, 단종 예정인 제품들을 이들 온라인과 홈쇼핑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온라인이나 홈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의 문제는 판매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보만 제공되기 때문에 웬만한 소비자는 싼 가격에 혹해 구매를 결정하기가 십상이다. 당연히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하지만, 정작 화장품의 제조일자나 제품 리뉴얼에 따른 소진물량인 지 여부 등 제품관련 핵심정보들이 제공될 리 만무하다. 오프라인 즉 매장에 들러 구매에 나선다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제품을 내놓는 이유를 묻기라도 할 수 있지만 이 마저도 불가능하다.
일종의 '묻지마 식 땡처리'가 이뤄지는 셈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소비자는 자신이 산 제품에 대해서 검색 등을 통해 찾아보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싸게 샀다는 만족감만 가지고 있다"며 "제품 용기에 이상이 있어 단종 예정인 제품을 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다 과실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무시하곤 한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가 재고나 비인기라인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온라인에서는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30%안팎의 수수료를(3월 6일자 노컷뉴스 보도 참조, 화장품값 알고보니 '거품이 태반'…원가는 10%)물지 않아 그 만큼 가격결정의 여력이 커진 탓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통기한과 가결 결정 등 화장품과 관련된 세부정보를 판매시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 업체들로 하여금 땡처리를 통한 물량소진에 나서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화장품 제조사들은 이와관련해 "홈쇼핑이나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화장품에는 재고물량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항변하지만 이 마저도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화장품몰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비인기라인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화장품 관련 정보습득이 쉽지 않은 온라인이나 홈쇼핑 할인판매를 통해 나오는 제품은 유통기한 등 여러가지 면에서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는 화장품들과 다를 가능성이 큰 만큼 구매를 결정하기 전 제품 정보를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