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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자살, 아이들 점퍼에만 민감했던 어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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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인터뷰

- 아이들 마음에 민감한 사회 돼야
- 대책은 이미 다 나와 "실행할 때"
- 막고자 하는 실질적 동기가 있나
- 쌍용차 자살, 폭력으로 해결 안 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대전에서 한 여고생이 자살한 지 40여 일 만에 이번에는 친한 친구였던 여고생이 또 자살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먼저 자살한 친구를 지켜주지 못해서 많이 괴로워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19명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 다음 죽음을 예상하면서도 속수무책. 이들을 바라만 보고 있죠. 지금 우리가,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연결해 보겠습니다.

정혜신

 

◇ 김현정> 우선 대전에서 한 여고생이 자살을 했는데 뒤따라서 같은 반 친구가 또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사건 어떻게 보셨어요?

◆ 정혜신>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너무 가슴 아프고 참담하고 그리고 어른인 것이 부끄럽고 그렇죠.

◇ 김현정>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학생 본인이 직접 어떤 피해당사자가 아니어도 같은 반 친구가 자살을 한다든지 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상당한 심적 고통을 받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그런 거죠?

◆ 정혜신> 그렇죠. 청소년기에는 더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도 가까운 사람이 자살을 하면 그 옆에 아주 지근거리에 있었던, 예를 들면 가족이나 이런 사람들은 죄의식에 거의 예외 없이 휩싸이죠. '내가 막아주지 못했다. 내가 지켜주지 못했다. 어떤 순간, 그때 바로 전날 내가 이랬으면 그 사람은 안 죽었을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거죠. 그 죄의식이 상당합니다. 그런데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아예 청소년이잖아요.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친구 관계라는 것이 부모관계보다 어떤 경우에는 더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 김현정> 그렇죠. 우리 청소년 때 생각해 보면 그래요.

◆ 정혜신> 네. 친구관계가 거의 삶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발달상 시기이기 때문에 친구의 죽음, 이건 상당한 트라우마가 되는 거죠. 옆에 있었던 친구들도요.

◇ 김현정> 이런 문제가 닥쳤을 때 우리는 우왕좌왕, 속수무책입니다. 오늘 박사님 모신 이유도 그건데요. 아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모를 때도 있고, 심지어는 알아차린다고 해도 뭘 어떻게 해 줘야 될지도 모르겠고 방관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들이 닥칩니다. 우리 아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건가요?

◆ 정혜신> 저는 어떤 대책을 강구하기 이전에 우리 어른들의 지금 내면의 상황부터 잘 돌아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들이 이런 문제를 인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고요. 그리고 인지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말씀하신 대로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인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먼저 말씀 드리자면,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굉장히 둔감하고 예민하지 못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족으로 누가 명품을 들었느니 안 들었느니, 누가 무슨 어떠한 점퍼를 입었느니 마느니, 아이들이 이런 것에는 민감한데 실제로 사람의 내면, 마음의 상태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실 별로 관심을 가지고 살지 못해 왔던 것 같고요.

마음이 민감하지 않은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문제를 인지하기가 어렵고요. 그리고 부모가 보통 아이들한테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하거나 문제의식을 갖는 것에는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 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사전에 잘 알지 못하고 넘어가거나, 혹은 알게 되더라도 사실 어른들이 폭력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둔감해져 있죠.

◇ 김현정> 맞아요.

◆ 정혜신>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아니 우리 사회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체벌을 찬성하는 교사나 부모가 70%가 넘잖아요. 일상적인 폭력에 대해서 우리가 많이 허용을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폭력적인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것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포기하거나 쉽게 허용을 해 버리거나 이런 과정 중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내면의 상태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내면부터 일단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그러면 우리가 사회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런 아이들을 봤을 때 좀 지켜줄 수 있는 방법, 방관이 아닌 뭔가 할 수 있는 건 당장 어떤 것부터 해야 되나요?

◆ 정혜신> 작년에 학교에서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꾸 대두가 되고 또 사고가 나면서 교과부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또 그걸 위한 어떤 대책으로 5개년 계획을 내놨었습니다. 이미 대책 같은 것들은 우리 사회에 굉장히 많이 만연해 있고요. 여성가족부도 여러 가지 상담부터 시작해서 이런 것들을 인지하는 시그널들을 알아내는 여러 지침, 많은 계획들이 이미 나올 것들은 다 나왔다고 생각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로 계속 불행이 반복되는 것은요. 이 문제를 대면하고 직면하고 정말로 이 문제를 막고 싶은, 또 막고자 하는 어른들한테 실질적인 동기가 있는지, 정말로 이런 것에 대해서 마음 아파하고 이 문제를 근절하고 싶은 동기가 있는지, 저는 그것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대책은 있으나 실행 방법, 그러니까 실행 과정은 사라지고 증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 김현정>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또 같은 얘기일 수도 있는 게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죽음입니다. 지금까지 19명이 목숨을 끊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보도도 잘 안 됩니다. 우리 사회는 그냥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또 다른 죽음이 또 올 수도 있는데 우왕좌왕, 속수무책.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정혜신> 이번에 왕따 문제가 나오면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같은 경우에도 그렇고요. 이제 그런 문제들이 자꾸 나오면서 보도의 방향이나 이런 것들이 가해학생들의 폭력성에 대해서 우리가 자꾸 접하게 되고 알게 됐죠, 유서를 통해서요. 그러면서 12살, 13살, 14살짜리 어린아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 그 아이들한테 수갑을 채우고 구속을 시키고 그러니까 그 가해학생의 폭력에 대한 분노로 우리 문제의 어떤 중심, 마음을 싣는 것들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 폭력을 처벌하기 위해서 또 다른 어른들의 공권력, 국가의 공권력 이런 것들이 또 집행이 되어야 된다는 쪽으로도 문제해결 방향이 자꾸 또 넘어가게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이들이 겪고 있는 아주 섬세한 일상적인 고통에 대해서는 잘 감지 못하고 그런 능력도 없는데, 가해자들의 어떤 구체적인 폭력에 대해서는 쉽게 분노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서 그 폭력에 대해서는 또 폭력적으로 처벌을 하게 되는, 이런 고리로 자꾸 연결이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주체인 그 존재들이 자기 존재나 문제해결을 함에 있어서 어떤 방편으로 폭력을 너무 손쉽게 쓴다.

그래서 저는 쌍용차 같은 문제도 그런 측면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서 경찰특공대가 투입이 되고요. 공안당국이 개입을 하면서 엄청난 폭력이 있었고 그 폭력으로 인한 내상 때문에 지금 거의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살, 이런 것들로 죽어가고 있죠. 이런 힘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폭력을 손쉽게 쓰는 것, 이런 것들이 또 다른 폭력, 또 다른 죽음, 피해자들의 또 다른 분노를 일으켜서 또 다른 폭력으로 연결이 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들이 지금 반복 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 김현정> 오늘 어떻게 보면 두 사건이 다른 것 같지만 말씀을 듣고 보니까 '폭력의 고리를 끊어야 된다' 근본적인 처방을 지금 주셨어요. 정혜신 박사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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