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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A(55)씨는 최근, 25년 넘게 몸 담았던 교단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정년이 7년이나 남았지만, 2년 전 실업계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긴 뒤 갈수록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과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는 학부모 때문에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 달전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인근 학교 동료 교사가 제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주위에서는 아직 젊고 정년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떠나려고 하느냐며 만류하지만, A 씨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A 교사는 "62세인 정년 전에 교감으로 승진할 수도 있지만 요즘 같아서는 정말 교사할 맛이 나지 않는다. 아들뻘 되는 아이들 눈치보며 교단에 서야 하는게 이해도 안되고 더이상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원들의 명예퇴직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초.중등교원에 대한 내년 2월 명예퇴직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모두 563 명이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2월 명예퇴직 교원 389명 보다 45% 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200여 명의 신청자가 예산 부족으로 명예퇴직을 못한 터라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43% 늘어난 457억 원을 편성했지만, 이마저도 부족하게 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도 본예산에 교원 명예퇴직 예산을 비교적 많이 편성한다고 했는데 명퇴신청자가 많아 이들의 명퇴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지역도 올 2월 말 기준 명예퇴직 신청자가 99명에 달해 지난해 63명, 2009년 48명에 비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교총 측은 "학생인권보호 강화 추세 속에 교권침해 사례가 늘면서 교원들 사이에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교총 관계자는 "오죽하면 경제사정도 안좋은데 스스로 떠나려고 하겠냐. 학생인권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교사들이 학생 인권을 무시한다는 풍토가 조장돼 선생님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 중학교 여선생님들 사이에서 학생들 가르치기가 무섭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덩치크고 자기 주장 강한 청소년들을 위한 조례가 있다면, 교사들에 대한 인권 조례도 공평하게 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 추진해온 경기도교육청 측은 "교권침해에 따른 명퇴신청이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원들이 명예퇴직금 예산 조기 소진을 예상하고 미리미리 명퇴를 신청하는 것 같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