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날치기' 저작권법, 앞뒤 내용도 안 맞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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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복제 허용, 단서 조항과 모순"…정부 "전문가 입장에선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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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함께 강행처리한 14개 이행법안 중 하나인 저작권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이 잘못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컴퓨터 상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복제'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이 서로 모순되게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시적 복제란 인터넷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때에도 램(RAM) 등에 저작물의 내용이 기계적으로 일시 저장되는 것을 말한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실 등에 따르면 이번에 강행처리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이번달 2일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정부가 지난 2008년 10월에 냈던 것과 일부 내용이 다르다.

일시적 복제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35조의2)이 애초 "일시적 저장(복제)을 명시적으로 복제로 인정하되, 컴퓨터 등을 통하여 정당하게 저작물을 이용하는 기술적 과정의 일부로서 복제물 제작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경우에는 예외로 규정한다"라고 돼 있었다.

하지만 22일 국회를 통과한 허 의원의 개정안에서는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라면서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는 단서를 뒀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일시적 저장에 대한 예외 조항을 다시 정리한 것"이라며 개괄적으로 설명한 뒤 "자세한 내용은 정부 담당자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처음의 개정안에 나온 '기술적인 과정에서의 복제'는 램이나 캐시에 저정돼 컴퓨터를 끄면 날아가는 것이어서 복제의 개념에서 빼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처음 개정안이 잘못돼 내용을 바꿨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새로운 개정안은 컴퓨터를 꺼도 내용이 임시적으로 저장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허용하는 쪽으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볼 경우 자동적으로 컴퓨터 임시파일(템포러리 파일)에 저장되는데 이럴 경우는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겠다는 의도다.

임시파일은 나중에 같은 내용을 다시 찾을 때 컴퓨터 화면에 빨리 불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컴퓨터를 꺼도 며칠간 내용이 남게된다.

하지만 새로운 개정안은 저작물을 임시파일 등에 저장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저작물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달아 상호 충돌하는 모양새다.

여기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예외로 인정했던 '일시적 복제'를 포함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등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남희섭 변리사는 "새로운 개정안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에 대해 일시적 복제를 허용한다고 하면서 단서를 달아 이 조항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왜 이렇게 법조항을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광부 관계자는 "일시적 복제물을 다시 복제해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는 의미로 '저작권 침해는 예외로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넣은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저장된 것을 다시 전시, 전송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일시적 저장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인이 봤을 때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저작권 전문가 입장에서는 모순이 아니다"라며 "조항에 일일이 사례를 넣으면 법문이 크게 길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시 복제물을 다시 영구복제하는 것은 단서조항이 없더라도 일반적인 저작권 침해로 규제할 수 있어 문광부의 해명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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