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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만 내리면 한강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추는 잠수교. 이번 달 들어서만 세 번째 통행이 제한됐다.
홍수 때마다 보통 다섯 차례 넘게 잠기다보니 잠수교(潛잠길 잠, 水물 수, 橋다리 교)라는 이름값을 하는 톡톡히 셈이다.
잠수교는 한강 수위가 5.5m를 넘으면 보행자 통제가, 6.2m 이상이면 차량 운행까지 전면 금지된다.
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떠내려오는 물건이 걸리지 않도록 난간도 설치되지 않은 특징도 있다.
이처럼 쉽게 잠기도록 설계된 배경에는 기회비용에 따른 계산이 깔려있다.
잠수교가 완공된 건 1976년, 이어 6년 뒤 그 위로 반포대교가 만들어졌다. 한국 최초의 복층 교량이다. 복층 구조를 띤 건 당시 공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게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리 기둥 하나에 두 개의 교량을 층층이 쌓은 것이다.
또 1970년대 경제성장과 맞물려 강남과 강북을 오고가는 차량이 늘자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복층으로 계획되면서 '희생양'은 아래 있던 잠수교였다.
반포대교를 더 높이 올리면 도로가 가파르게 돼 운전에 불편을 주게되자 잠수교를 상대적으로 낮게 설계한 것이다.
건설 당시에 버스나 대형 트럭이 다닐 수 있는 높이에 맞춰 반포대교와 잠수교 사이의 간격이 조절됐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1년에 10여일 정도 물에 잠기더라도 잠수교는 기회비용에 있어 교통량 분산 등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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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목적도 감춰져 있다. 용산 미군부대와 남산-강남권을 연결하는 잠수교는 반포대교 덕에 항공 촬영을 해도 드러나지 않는다.
교량의 기둥과 기둥 사이가 15m로 다른 교량과 비교해 촘촘히 세워져 쉽게 무너지는 걸 방지하는 구조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또 이로 인해 6·25 전쟁 때처럼 한강교가 폭파되도 빨리 복구될 수 있는 구조기도 하다.
군사 물자 수송에 있어 여러모로 유리하게 쓰일 수 있어 '안보교'라는 별명도 생겼다.
일반적으로 잠수교는 배가 지나다니게 하기 위해 교량의 일부를 물 밑으로 내릴 수 있게 만든 가동교와 움직이지 않지만 홍수 등으로 물이 불어나면 잠기는 비가동교로 분류된다.
비가동교는 보통 교통 수요가 적고 물이 넘을 일이 드문 곳에 저렴한 비용으로 짓지만 한강 잠수교는 예외적으로 애초부터 물에 잠길 운명을 타고났다.
한편, 잠수교 북단 일부가 볼록하게 올라간 이유는 한강 유람선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서울시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