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출범 약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20일 불러 조사한다. 특검은 수사 종료를 약 일주일 앞둔 막바지 국면에서 마침내 주요 수사 대상인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만큼 가급적 이날 모든 조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진술에 따라 김건희씨를 포함한 일부 주요 피의자들의 혐의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김씨와 달리 윤 전 대통령은 공직자 신분이었던 만큼 그의 관여 사실이 입증될 경우 관련자들의 죄책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속옷 입고 버티던 尹, 이번엔 조사 나온다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윤 전 대통령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로 불러 조사한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은 호송차를 이용해 특검 사무실에 출석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씨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약 2억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2022년 6·1 지방선거와 21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 공범으로 지목됐다. 또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4천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 역시 받고 있다. 적용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이 외에도 출석요구서에는 윤 전 대통령의 소환통지서에는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으로부터 목걸이와 시계, 금거북이 등을 수수했다는 혐의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 등에서 했던 발언들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기준 6개월이어서, 실제로 혐의가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김건희 특검은 앞서 특검 조사에 일체 응하지 않던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 위해 두 차례 체포영장을 집행해 강제구인을 시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누운 채 구인을 강하게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 특검보가 영장 집행에 참여해 윤 전 대통령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당시 특검은 "부상 위험이 있다는 현장 보고가 있어 집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후 한동안 소환 조사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다 지난 10월 15일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 소환 조사에 자진 출석한 사실을 언급하며, 김건희 특검 역시 윤 전 대통령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 17일 출석을 통보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이 "변호인단의 변론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정 조정을 요청했고, 결국 이날 조사를 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오는 28일 수사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윤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조사한 뒤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건희 '뇌물 혐의' 적용 기로…'키맨'은 尹
김건희 씨. 사진공동취재단윤 전 대통령은 남은 특검 수사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법적으로 민간인 신분인 김건희씨에게 뇌물 혐의가 적용되려면 윤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가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상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와 권한, 의무 및 책임을 규정한 별도의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의전과 예우를 받을 뿐, 법적 책임이나 권한을 지닌 공직자는 아니다.
특검은 공직자였던 윤 전 대통령이 김건희 씨가 수수한 금품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또 해당 청탁의 대가가 국정 운영에 반영됐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정가가 약 1억4천만 원에 달하는 만큼 금액에 따라 뇌물죄 적용 시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김씨가 재판에 넘겨진 알선수재 혐의는 공직자가 아닌 배우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금액에 따른 가중처벌 조항은 없다. 반면 뇌물죄는 알선수재죄보다 법정형이 훨씬 무겁다. 뇌물 수수액이 1억 원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벌금 역시 수뢰액의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부과될 수 있다.
특검은 이번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범행 가담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경우 현재 참고인 신분인 만큼, 윤 전 대통령의 진술에 따라 혐의 적용 여부는 물론 신분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혐의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특검 조사에 적극 협조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특검은 윤 전 대통령 관련 의혹과 관련해 다음 날인 21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소환할 예정이다. 특검은 이 대표를 상대로 2022년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