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회의정 모습. 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줄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권에는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논의가 급해졌다.
이번 기회에 중대선거구 제도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제도 자체를 손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30일,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최소 3배 까지 허용하는 현행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치권은 우선 헌재 권고대로 인구비율 2대 1 이하로 선거구제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결정과 관련해 "이 문제로 정치권이 대단히 어수선한데, 이 문제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차분하게 의원들 의견도 수렴해가면서 신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30일, 헌재결정 직후 열린 지도부 긴급대책회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 제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단 야당은 이번 헌재결정을 아예 선거제도 개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여당은 좀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여야 정치권은 우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논의를 먼저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을 중심으로는 선거제도 개편으로까지 논의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 이후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편까지 끌고 가기에는 동력이 그리 충분치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정파별, 의원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현상적인 문제 외에 정치적인 함수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개헌과 연관지어서 논의되기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청와대가 지금처럼 개헌에 대해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하고 있고 여당도 주춤한 가운데 개헌논의와 관계없이 선거제도 개편논의만 별도의 테이블에서 논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구 획정문제를 다룰때 도농간, 지역간 이해관계의 차이가 2차 함수 정도라면 선거구제 개편논의는 4차나 5차 이상의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에 현재 정치권이 이렇게 복잡한 함수를 개헌논의와 관계없이 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며칠동안은 선거구 획정이나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우후죽순으로 제기되겠지만 공식테이블에 올라오기는 힘들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구제 개편은 개헌논의와는 떼어놓고 보기 힘든 종속변수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개헌논의가 급물살을 탈때라면 몰라도 지금과 같은 정치지형에서 여야 각 정파의 이해가 엇갈린 가운데 선거제도 개편만 논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다 중대선거구제가 만들어 진다해도 현재 정치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대선거구제는 다당제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진보진영이 강할때라면 몰라도 부진한 경우에는 오히려 양당제가 고착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선거구제를 다시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경우 오픈프라이머리의 효과는 없거나 반감될 수 도 있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으로서는 복잡한 계산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