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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에 부는 '태풍'…개헌과 중대선거구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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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부칙에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한다'는 조항을…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두 배를 넘어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30일 결정으로 여·야 정치권의 빅뱅이 시작됐다. 정치권은 쪼개지고 합쳐질 운명에 처했다.

영호남이 헌재발 태풍에 휘말렸다. 중진 의원들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87년 헌법으로 탄생한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통해 정치권의 빅뱅을 불러오면서 국회로 하여금 근본적인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격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줄이라는 판결을 내리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농촌 지역의 한 표가 서울의 3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평등선거 조항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선거구별 인구 격차로 볼 때 인구 하한선에 미달되는 25곳 가운데 영호남은 15곳이며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곳은 37곳이나 된다.

최소 인구를 갖고 있는 충남 부여-청양(10만 4,059명)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경북 군위-의성-청송(10만 6,137명)의 김재원 원내수석, 광주 동을(10만 1,656명)의 박주선 의원(새정치연합) 등 국회의원 25명이 선거구 개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해당 지역 의원들의 불만은 상상을 초월한다.

헌재가 표의 등가성만 봤지 지역대표성과 도농격차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영호남에서 최대 4개씩 8개 이상 줄어야 하고, 수도권에서 최소 6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246개 지역구 중 무려 62곳을 조정해야 한다.

지역구 246명의 국회의원 누구 한 명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어서 정치권의 빅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구·경북, TK 지역과 호남 지역 의원들은 경악하고 있는 반면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은 미소를 띠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부산 영도-13만 3,055명)와 이완구 원내대표의 선거구도 옆 지역을 가져와 붙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정치권이 기존의 관례대로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구성해 선거구 조정에 나설 경우 '게리맨더링'(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획정을 지칭하는 용어. 즉 정당 들이 이해관계에 따른 절충을 통해 선거구를 제멋대로 나눠버리는 형태)이 난무할 것이다.

현행 인구 편차 3대 1인 선거구를 내년 12월까지 2대 1로 고치는 과정에서 뜯었다 붙였다를 멋대로, 힘 센 의원들 마음대로 할 공산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실제로 여·야는 19대 총선을 50일 남겨둔 지난 2012년 2월 하순 선거구를 쪼개고 나눠 마무리지었다.

이천-여주 선거구가 여·야 선거구 획정위원들의 담합에 의해 이천은 단일 선거구로 한 반면 여주를 가평-양평에 붙였다.

대표적인 게리맨더링이었다.

여·야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가 없어질 형편에 처하고 영호남 농촌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센 만큼 주고받기식의 선거구 획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제 3의 기구에 넘기지 않고 과거처럼 자신들이 선을 그을 경우 게리맨더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고 있으나 혁신위원회 의제로 넘기자는 의견도 나온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혁신위원회 주요 안건이 된다고 하더라도 게리맨더링 가능성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선거구 획정문제를 중앙선관위로 넘기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는 의견이 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언론이 주로 이런 요구를 한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권한인 선거구 획정문제를 중앙선관위 등에 넘길지 의문이다.

아마도 외부 인사들을 적당히 끼워 넣는 여·야의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할 개연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어쨌든 올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여의도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문제와 함께 개헌론의 봇물이 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 쪽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지만 여·야 지도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헌법재판소에 휘둘리는 선거구 문제를 매듭지어버리자는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정치권의 고질병인 지역대결구도 문제를 해결하는 특효약이라는 논리다.

여·야 중진 의원들과 인기가 높은 의원들이 특히 선호하는 제도다. 아예 헌법 개정을 포함해 선거구제와 정당제도 등 국가시스템을 송두리째 뜯어 고치는 논의를 해야 한다는 국회의원들도 상당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문제를 여·야의 획정위원회 구성에 의해 하려 할 경우 여론의 비판이 상당할 것인 만큼 고민스럽다"면서 "헌법 개정을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헌론이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으나 오히려 개헌론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이재오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일부를 고친들 무슨 개혁과 혁신이 되겠느냐"며 "아예 헌법을 개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지금의 헌법은 국민 안전과 인권, 시민의식뿐만 아니라 권력구조 등과 관련한 조항에서 한국의 현실과 미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있다.

일각에서는 인구편차에 따른 평등권 시비를 없애기 위해 헌법 부칙조항에 '국회의원은 지역대표성도 갖는다'는 조항을 넣는 것도 해결 방안이라는 주장이 있다.

헌법 41조에는 "국회는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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