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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 발병이 산업재해에 해당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진창수 부장판사)는 23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와 유족 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으로 숨진 황모(사망 당시 22, 여)씨와 이모(사망 당시 29, 여)씨는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고 미약하나마 전리방사선에도 노출되는 등 노출량이 허용기준 미만이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면역력 차이에 따라 백혈병이 발병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황씨와 이씨가 걸린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즉 황씨와 이씨가 업무상의 사유로 숨졌기 때문에 유족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함께 소송을 낸 나머지 원고 3명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고 야간근무나 과로가 백혈병의 유발요인이라고 보지 않는 것이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인 점 등에 비춰 보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원고들과 노동인권단체 반올림 등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패소한 원고들도 산업재해를 입었음을 인정해 달라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숨진 정모씨는 "모두가 힘든 싸움이라고 생각했는데 2명이라도 승소해서 희망을 본 것 같다"면서 "같은 라인에 근무한 남편 역시 산업재해가 분명하기 때문에 끝까지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은 반도체 사업장의 근무 환경과 관련해 공인된 국가기관의 2차례 역학조사 결과와 다른 내용"이라면서 "앞으로 계속될 재판을 통해 객관적 진실이 규명돼 의구심이 해소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어 "권위 있는 해외 제3의 연구기관이 실시중인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언제나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으며 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일하다 뇌종양 등에 걸린 한모(33.여)씨 등 4명도 지난 4월 2차 소송을 내 심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