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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이소연 "카이스트가서 춤이라도 추고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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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소연 박사

3년 전, 한국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했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인 이소연 박사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소연

 

◇ 변상욱> 지금 하시고 계신 일은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이시죠?

◆ 이소연>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고요. 일반적으로 선임연구원님들은 대부분 연구에 집중을 하고 계시는데, 저 같은 경우는 외부 강연이나 행사, 그 다음 과학 문화활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 변상욱> 지금 그때를 되돌아보시면 어떻습니까?

◆ 이소연>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갔다 왔나는 의심이 들기까지 하거든요. 제가 이제까지 살던 모든 시간을 생각하면 10일은 사실 긴 시간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냥 봄날에 꿈 꾼 것 같은 순간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바로 엊그제 갔다 온 것 같아요. 그때 이 이야기 했었는데, 바깥으로 무엇을 봤었는데, 죽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래서 같은 일이지만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 변상욱> 파노라마처럼 그때 봤던 광경들이 펼쳐지기도 하고 그럽니까?

◆ 이소연> 네, 어떤 때는 일부러 그렇게 생각해보려고 노력을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 변상욱> 우주에서 제일 신기했던 것은 무엇입니까?

◆ 이소연> 사실 우주정거장이 지상에서 약 400미터 정도 밖에 안 되거든요. 생각해보면 부산, 서울 간 거리니까 지구전체로 보면 사실 그렇게 높지 않거든요. 그런데 몇 백 광년 떨어진 별들을 생각할 때에는 그 별 입장에서는 제가 얼마 올라오지도 않은 거예요. (웃음) 그래서 눈으로 봤을 때, 별의 모양이나 형태나 이런 것들은 거의 비슷하거든요. 여기 지상에서 볼 때와 다른 게 있다면 대기가 없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 대개 노란빛이에요. 대기권에서 산란하고 노란빛만 남아서요. 그런데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북두칠성 7개가 색깔이 다 달라 보이거든요. 온도에 따라서 다른 색깔이 그대로 느껴져요. 그래서 혼자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진을 찍으려면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이 가장 신기해요. 지상에만 있던 나와 우주에 올라온 내가 가장 크게,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 변상욱> 우주비행이 우리는 3년째입니다만, 이미 유리 가가린을 시작으로 친다면 올해가 50주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러시아 우주센터에서 훈련도 받으셨는데, 우리나라와는 어떤 차이를 느끼셨습니까?

◆ 이소연> 일단 50년의 차이겠죠. (웃음) 그러니까 사실 50살먹은 어른과 3살 먹은 꼬마를 비교한다는 것은, 그리고 거기에 50년은 자기 손으로 자기들이 우주선을 만들어서 자기나라 사람을 태운 50년이고, 우리는 다른 나라의 우주선을 타고 올라간 3년이잖아요. 그러니까 사실 차이가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리고 또 반면에 아무 것도 없는 곳에도 만든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라도 누군가가 해놓은 것을 보고 배워서 그 다음에 하는 것은 어렵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물리적인 법칙까지 발견한 뒤에 전자제품을 만들고 반도체를 만든 유럽은 몇 백 년이 걸렸지만, 그들이 만들어놓은 책을 보고 공부하고 반도체를 만든 우리는 사실 한 30-40년 걸렸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리한테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많은 분들이 협력에 있어서 문제가 있지 않냐, 많이 도와주지 않는다며 서운해 하시기도 하는데, 우리가 그 기술을 몇 백 년 전부터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봤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배우고 있나, 그리고 서운해 하기보다는 더 많은 노력을 해서 우리 것을 나누고, 그 사람들 것에 더하는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몇 등이냐 어디쯤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가끔은 달리기를 할 때든지 공부를 할 때, 내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그 시간에 뛰면 더 많이 갈 걸 뒤돌아보느라고 더 처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면, 사실 저 위의 우주강국들은 본인들의 순위에 관심도 없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뭐라 할까요, 의연해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웃음)

◇ 변상욱> 어찌 보면 50년 전에 우주인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그보다 더 몇 십 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인데요.

◆ 이소연> 그럼요. 유리 가가린의 비행을 많은 사람들은 미사일 기술의 평화적인 이용의 시발점이라고들 말씀하시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그런 식으로... 그리고 대한민국이 정말 자랑스러운 것은, 무기기술보다는 과학기술이 먼저 시작이었다는 게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서 그쪽을 좀 더 집중하고 노력하고, 또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곳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썼으면 좋겠어요.

◇ 변상욱>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나름대로 핵심적인 부분에 접근하도록 허용은 하던가요, 아니면 적당히 막아서던가요?

◆ 이소연> 50살 먹은 어른이 3살 먹은 꼬마가 뭔가 덤비려고 했을 때와 똑같은 느낌 아니겠어요? 가끔은 3살 먹은 꼬마한테 칼을 쥐어주는 것이 위험할 수 있으니까 막는 수도 있고요. 또 어떤 면에서는 50살 먹은 어른이 가끔은 좀 유치하기도 해서 3살 먹은 꼬마와 경쟁의식을 가기도 하잖아요. 그 부분만 잘 구분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정말로 그것이 억울하다면 우리가 우리 힘으로 성장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서는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분들도 맨손으로 시작해서 거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좀 더 여유를 갖고 50년 뒤, 100년 뒤를 기약한다면 러시아 사람보다 한국 사람들이 멍청하거나 부지런하지 않다고 생각 안해요. 그렇다면 그분들만큼 노력한다면 보다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한데, 괜히 지금 열등의식에 안 도와준다고 서운해 하기보단 그분들만큼의 시간을 들인다는 각오로 하다보면 더 짧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변상욱>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이런 각오와 의지가 좋습니다. 카이스트 출신이시죠. 카이스트 후배들한테 응원메시지라도 하나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들 의기소침하고 정신이 없어서요.

◆ 이소연> 제가 가장 속상한 것이 그거예요. 정책이 됐건 정부가 됐건 학교시스템이 됐건 무슨 기구가 됐건, 지금에 있어서 가장 서운한 건 혹시라도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상황이 어떻든 간에 자기 꿈을 위해서 뛰어가야 되는 학생들이 의기소침하고 우울해지면 똑같은 한 시간 공부도 효과는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절 보고 조금 웃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실 마음 같아서는 카이스트 가서 춤이라도 췄으면 좋겠고, 그것이 힘이 됐다면 도와주고도 싶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는 우리를 정말 고문하는 것 같은 선생님이지만 카이스트 와서 돌이켜 보면 너무나 고마웠었던 선생님이고, 또 어떤 때는 나를 편하게 해줘서 고마운 줄 알았지만 카이스트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나를 방관했기 때문에 좀 서운하기도 한 선생님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일련의 상황이 그 친구들을 배우게 하는 과정이었으면 좋겠고, 혹시 이 말이 그렇다고 우리는 닥치고 공부냐 하라는 이야기냐 하고 오해하시기 보다는 모든 과정이 나를 가르치고 나를 성장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하는 성숙한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고요, 그 다음 이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과정을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우리가 나중에 이 과정들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됐을 때에는 좀 더 다르게 움직이는 어른으로 성장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변상욱> 오늘 이 박사님의 힘찬 한마디가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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