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라고 말합니다" 이방인 된 새터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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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 이후 밖에 나서기조차 겁나…시민들의 따뜻한 배려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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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 이후 남북관계가 극도의 긴장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새터민들은 우려와 걱정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지난 2007년 북한을 탈출한 새터민 김 모(35) 여인은 요즘 초조한 마음으로 TV 앞에서 떠나질 못하고 있다.

민간인들이 사는 주택에까지 포탄을 퍼붓는 등 전례 없이 과격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관련 소식에 자기도 모르게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발생한 천안함 사태 이후 새터민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에 자신을 중국동포라고 까지 소개했던 김 씨는 이제는 대문 밖을 나서기조차 겁이 난다.

김 씨는 "천안함 사태 이후에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전화를 하면 말투 때문인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며 "사람을 만나면 중국동포라고까지 소개했는데, 이번 사태로 새터민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안 좋아질까봐 겁이난다"고 말했다.

같은 해 남한으로 넘어온 박 모(41)씨는 이번 사태 이후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박 씨는 혹시나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저 평화롭게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박 씨는 "이번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북한정권은 무슨 일을 할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며 "혹시나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전 국민적인 공분이 쏟아지자 새터민들은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제대로 내색조차 하지 못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특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새터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자식들이 이번 사태로 더욱 힘겨운 학교생활을 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새터민을 상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회복지관에는 하루에도 몇 통씩 직장동료들의 차가운 시선에 심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상담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새터민 지원 관계자들은 일반시민들이 별생각 없이 한 말들이 새터민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새터민에 대한 시민들의 따뜻한 배려를 당부했다.

부산 YWCA 새터민 지원센터 문미정 팀장은 "시민들이 쳐다보는 시선이나 말투에 새터민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 내려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새터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산 새터민 지원센터는 새터민 인식전환 캠페인을 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부산에 있는 새터민은 모두 7백여 명,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남북한의 긴장국면 속에서 뜻하지 않게 이방인이 돼 버린 그들에게 주위의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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