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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왜 갚나" 개인회생제도 악용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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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 전체가 신청하기도…일부 법무사들 수수료 챙겨

농협

 

개인회생제도를 악용해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사례가 일부 농·어촌마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일부 법무사들은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며 농민들을 부추겨 마을 주민 대부분이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돈을 받지 못한 지역 단위농협은 파산하거나 인근 농협으로 합병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12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남 완도와 신안 등 지역농협의 대출 부실률은 전국 평균에 비해 최고 10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농협의 평균 부실률은 0.4%인 반면 완도지역은 3%, 신안지역은 1.5%, 진도지역은 1%를 넘어섰다.

이들 지역은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을 이용해 대출금을 갚지 않아 부실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완도지역의 한 마을은 농협 조합원 46명 가운데 43명이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기도 했다. 마을 전체가 개인회생절차를 밟은 것이다.

이를 통해 법무사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고 주민들은 빚을 갚지 않아도 돼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그 마을에서는 개인회생절차를 안하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개인회생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전복 양식 등으로 매출을 올리면서 자가용도 끌고 다닌다"고 말했다.

다른 농협 관계자는 "수산물을 양식하는 경우는 나중에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농협과 채무자간에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결국 개인회생이 인가가 난 경우도 있다.

농협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도 개인은 서류를 보완해 다시 법원에 신청한다"면서 "이런 일을 다섯 번이나 반복하고 결국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채무자들은 재산을 모두 다른 사람 앞으로 돌려놔 딱히 손쓸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종전에는 가족 명의로 재산을 빼돌렸지만 지금은 아예 제3자 명의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농협 측은 "개인회생절차를 악용하는 사례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면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도 주민과 마찰만 생기고 효과가 없어 일부 채무자에 대해서는 법원에 고발하기도 했다. 구속직전에 합의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지역에서는 법무사가 개인회생 신청에 필요한 '제3자 확인서' 작성을 위해 다른 지역주민 도장을 위조해 사용하다가 사기죄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 지역의 대출 연체율은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15-20%에 달해 파산하거나 합병당하는 농협이 속출하고 있다.

신안 흑산 농협은 이미 파산해 간판을 내렸고, 완도지역 4곳의 농협은 하나로 통합돼 완도농협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이번달 말에는 약산금일농협도 완도농협에 합병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개인회생제도를 채무자에게 유리하도록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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