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자료사진)
한국은행은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10월 기준금리를 종전 연 2.25%에서 2.0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내린 뒤 두 달 만에 추가 인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이던 2009년 2월부터 17개월 동안 2.00%로 운영되던 종전 사상 최저치와 같은 수준이 됐다.
◈ 금통위 "저성장, 유로존 경기침체 등 대내외적 악재가 인하 배경"
이번 금리 추가인하 결정은 저성장 지속과 유로존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 악재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연내에 5조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면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려는 취지도 있다.
특히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가까이 1%대를 유지해 물가 상승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성장세 회복 지원…물가·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유의할 것"
금융통화위원회는 회의 직후 밝힌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더욱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 과정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 가계부채 및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금통위는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지속하고 소비도 다소 개선됐으나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부분적인 회복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농산물가격 및 국제유가의 안정 등으로 낮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내년 들어 점차 높아지겠으나 상승압력은 종전 예상에 비해 다소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이라고 금통위는 설명했다. 금통위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세 전환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상승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상당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어 "세계경제를 보면 미국에서는 회복세가 지속됐으나 유로지역에서는 경기부진이 이어졌으며 신흥시장국에서는 국가별로 차별화된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앞으로 세계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유로지역의 경기부진 장기화, 일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영향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 이주열, '시그널 없는 금리 인하' 비판에 "불가피한 조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한편 금통위의 이번 금리 추가인하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취임 이후 줄곧 밝혀왔던 발언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결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총재는 이날 10월 기준금리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국정감사와 미국 출장 기간 등 공개석상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몇 차례 했다.
이 총재는 또 "6개월 후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2~3개월 전엔 시그널을 줘야한다"며 "깜짝 금리 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었다.
그러나 지난 8월 금리인하 때도 그랬고 이날 10월 결정 역시 충분한 시그널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내려 중앙은행 스스로 신뢰를 저하시켰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정책은 시그널로 하는 게 아니라 원론적인 문제이고 그런 노력을 자꾸 촉구하는 차원에서 (금리 동결을)수차례 말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경기가 자꾸 나빠지니까 경기예측을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며 "경기에 대한 인식이 바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해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망을 내놓으면서 불과 석 달 전에 봤던 것보다 경기성장모멘텀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 하방리스크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이 충분한 시그널을 못줬다는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경기 모멘텀을 살리려면 인하시점은 지금이 맞겠다고 (판단)해서 결정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은 중립성 시비에 말려드는 것은 적당치 않다"며 "금통위원 간 토의에서 소신을 갖고 중립성을 지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