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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 어떻게 최강 이란의 벽을 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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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사진 제공=KBL)

 


이란의 벽을 넘었다. 아시아 남자농구의 왕을 꺾었다. 한국 남자농구가 12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을 79-7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란이 한수위였다. 이란은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챔피언이자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을 아시아 일인자의 자리에서 밀어낸 강호다. 218cm 센터 하메드 하다디, 그와 '영혼의 파트너'와도 같은 포인트가드 마디 캄라니 그리고 해결사 니카 바라미의 삼각편대는 아시아 레벨에서 적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이란을 넘었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정상에 복귀했다. 한국이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봤다.

한국의 마음가짐을 상징한 김주성의 리바운드

한국은 자신감 있게 출발했다. 경기 시작 10초 만에 김종규가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왼쪽 윙에서 하다디를 앞에 두고 과감하게 슛을 던졌다.

1쿼터의 키워드는 '허슬 플레이'다. 12년 만의 우승 도전, 홈경기라는 부담감, 상대는 아시아 최강 이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 선수들은 부담감을 내려놓기 위해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집중했다. 공이 보이면 몸을 날렸다.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조성민이 3점슛을 터뜨렸다. 5-0 리드. 흐름이 좋았다. 조성민의 외곽슛 찬스는 양희종의 공격 리바운드에서 비롯됐다.

양희종은 주전으로 나섰다. 이란의 해결사 니카 바라미의 전담수비를 맡았다. 그런데 경기 시작 2분 만에 두 번째 반칙을 범했다. 이때 유재학 감독은 의외의 카드를 썼다. 가드 박찬희가 포워드 양희종의 자리를 맡아 바라미를 맡았다.

바라미의 신장은 198cm, 정통 포워드다.

박찬희는 바라미를 막을 수 없었다. 최대한 괴롭혔다.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는 계속 됐다. 김종규는 상대 선수의 레이업을 블록했고 가드들은 적극적인 외곽 몸싸움으로 상대 실책을 유도해냈다.

'허슬 플레이'의 압권은 김주성의 플레이였다. 김주성은 수비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자리를 잡은 하다디를 향해 뛰어들었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멋진 자세로 경합을 벌여 공을 따냈다. 공중 몸싸움에서 밀린 하다디는 코트 위에 넘어졌다. 김주성의 공격 리바운드는 결과적으로 박찬희의 자유투 2득점으로 연결됐다.

한국은 이란의 높이에 맞서 '스몰라인업' 전략을 내세웠다. 문태종이 잠시 파워포워드로 뛰기도 했다. 1쿼터는 25-16으로 끝났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찾아온 위기, 수비로 해법 찾은 유재학

2쿼터 시작과 함께 하다디와 캄라니가 벤치에 앉았다. 한국으로서는 좋은 흐름을 이어갈 기회였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쉬운 매치업을 벌인 바라미의 슛 감각이 올라와도 너무 올라와 있었다는 점이었다.

바라미는 1쿼터에서만 12점을 올렸고 2쿼터 초반 이란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란은 2쿼터 종료 5분 여를 남기고 30-27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자 유재학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양동근과 조성민 그리고 양희종을 다시 코트에 내보냈다. 흐름을 바꾸고자 했다. 방법은 수비였다.

이때까지 무려 21점을 올린 바라미의 득점이 갑자기 멈췄다. 그 사이 한국은 연속 10점을 몰아넣어 37-30 재역전을 했다. 조성민의 과감한 돌파와 이란의 인텐셔널 파울이 재역전의 발판이 됐다.

다시 찾아온 위기

3쿼터가 끝날 때 스코어는 61-58이었다. 이란이 3점차로 앞섰다. 한국은 42-36으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지만 3쿼터 들어 이란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고비 때마다 캄라니의 3점슛이 터졌고 이란 특유의 유기적인 움직이 되살아났다.
이란은 대회 내내 그랬다. 전반전까지 고전하다 문제점을 진단, 분석하고 3쿼터 들어 대반격을 펼쳤다. 결승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4쿼터 들어 위기는 계속 됐다. 오세근이 4쿼터 초반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났다. 58-63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이후 조성민의 3점슛이 터졌다. 61-63까지 추격했다. 이어지는 공격에서 양희종은 놀라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란의 장신 숲 사이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고 착지하기 전에 슛을 성공시켰다. 동시에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3점 플레이, 한국이 재역전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다디의 골밑 지배가 시작됐고 잠시 잠잠하던 바라미의 득점도 살아났다. 한국이 70-75로 뒤진 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남은 시간 2분2초, 시작된 'AGAIN 2002'

유재학 감독은 2분2초를 남기고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숫자 '2' 2개, 2002년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야오밍이 버틴 중국을 상대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둔 해다.

양동근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종료 1분9초 전 3점슛을 성공시켰다. 답답했던 공격의 활로가 뚫리는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공격에서는 골밑을 파고드는 김종규를 발견해 기막힌 어시스트를 했다. 김종규는 골밑슛을 성공시켰고 추가 자유투까지 넣었다. 한국이 76-75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 한국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규가 몸을 날려 상대 선수와 바닥에서 엉켰다. 점프볼이 선언됐다. 4쿼터에 먼저 공격한 이란이기에 공격권은 한국에게 돌아갔다.

남은 시간은 17.8초 전, 한국에게 절대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란은 반칙작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태종이 공을 잡았다.

인천의 왕 태종대왕

문태종은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처음 삼산월드체육관을 찾은 날, 함석훈 장내 아나운서를 만나 "마이 홈(my home)"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편안한 곳에 와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인천은 문태종이 처음 몸담았던 프로 구단 인천 전자랜드의 안방이다. 문태종은 3시즌동안 인천에서 뛰었다.

문태종은 종료 16.9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공은 림도 스치지 않았다.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인천은 역시 문태종의 집같은 곳이었다. 78-75, 3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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