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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야오밍 눌렀던 남자농구 '이란 벽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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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꺾고 결승 진출…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첫 우승 도전

환호하는 남자농구 대표팀 (사진=KBL 제공)

 


김승현이 결정적인 가로채기를 해냈고 현주엽은 놀라운 스핀 동작에 이은 레이업을 성공시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서장훈은 연장전 시작과 함께 3점슛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들고 포효했다. 만리장성의 자존심 야오밍의 표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두워졌다.

농구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의 풍경이다. 당시 김진 감독이 지휘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야오밍이 버틴 중국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은 한국 남자농구의 마지막 중흥기였다. 이후 남자농구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은 둘째 치고 갑자기 치고 올라온 중동세에 밀려 아시아 2인자의 자리마저 내줘야 했다. 중국을 다시 꺾기까지는 무려 11년이 걸렸다(2013년 필리핀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예선 경기).

남자농구가 오랜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71-63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아시아선수권 챔피언 이란이다. 이란은 이날 카자흐스탄에 80-78 진땀승을 거뒀다. 하다디를 집중 봉쇄한 카자흐스탄의 수비에 고전해 4쿼터 한때 69-77로 뒤졌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란은 수년 전부터 중국의 아성을 깨고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이란은 '황금세대'의 등장을 기회로 삼아 아시아 정상으로 올라섰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센터 하메드 하다디, 그와 '영혼의 파트너'로 불릴만큼 손발이 잘 맞는 포인트가드 마디 캄라니 등 주축 선수들은 2003년부터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는 하다디를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12년 만의 금메달 획득 여부를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다.

218cm의 장신 하다디는 골밑 공략에 능한 선수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도 좋아 시쳇말로 '받아먹기' 득점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캄라니가 하다디가 차지하고 있는 빈 공간을 놓치지 않고 기회를 만든다.

하다디는 작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란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대회 평균 18.8점, 10.0리바운드를 올리며 MVP를 수상했다.

198cm의 포워드 니카 바라미 역시 요주의 인물이다. 힘과 기술을 두루 갖췄고 골밑과 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을 자랑했다. 승부처에서 이란 대표팀의 실질적인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다.

바라미는 "우리는 이곳 인천에 지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우승을 향해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최근 이란과 맞붙은 적이 있다. 작년 필리핀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예선 2차전에서 이란을 상대했다. 당시 대표팀은 이란에 65-76으로 졌다.

한국은 전반을 34-30으로 앞선 채 끝내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4쿼터 막판까지 접전을 이어갔으나 끝내 아시아 챔피언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높이의 차이가 컸다. 하다디는 30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을 장악했다. 이란은 무려 17개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다. 하다디의 장점 중 하나는 공격리바운드 이후 득점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성공률 역시 높다는 점이다.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야 수비가 완성된다. 24초동안 상대 공격을 잘 막아놓고도 리바운드를 빼앗긴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허탈한 마음이 커지기 때문에 집중력에도 방해가 된다.

당시 한국이 3쿼터에서 주도권을 내준 이유는 바라미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라미는 3쿼터에서만 13점을 올리며 한국 포워드진을 무너뜨렸다. 여기서 사실상 승부의 흐름이 바뀌었다.

한국은 2005년 카타르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이란을 꺾은 이후 아직까지 단 한번도 이란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높이에서는 한국이 열세에 놓여있는 것이 분명하다. 양동근을 비롯한 가드진이 캄라니를 비롯한 이란의 백코트를 얼마나 괴롭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가드가 압박을 강하게 받으면 패스 전개가 느려지고 골밑 등 장점을 활용하기도 어려워진다. 대표팀이 높이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압박 훈련을 해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공격력은 기복이 있는 편이다. 외곽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다디가 버티는 이란을 상대로 백도어를 비롯한 유기적인 움직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골밑 공략이 쉽지만은 않다. 필리핀전에서 38점을 몰아넣었던 문태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조성민의 슛 감각도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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