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통영함 음파탐지기 사건 등 국방획득사업과 관련한 비리가 끊이지 않자 국방부가 군납비리 근절을 위해 신고포상금을 5억 원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군 당국이 정작 비리행위자에 대해서는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군납비리 근절의 의지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 같은 비리에 민간인 보다 처벌 수위 낮은 현역 군인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방획득사업 관련 비리연루자 형사처벌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11명의 방위사업청 관계자가 비리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비리행위자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군납비리 척결을 목적으로 개청한 방사청에서 오히려 군납비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신형 잠수함 개발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업체에 제공해주고 424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방사청 소속 A 중령(공군)은 군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형사처벌을 면했고 정직 1개월의 징계만 받았다.
반면, A 중령과 함께 업체로부터 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전 방사청 직원 B 씨는 최근 부산지법으로부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0만원, 추징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액수의 돈을 받았지만 민간인은 민간법정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반면 현역 군인으로 군검찰의 수사를 받은 A 중령은 오히려 재판도 없이 형사처벌을 면한 것.
C 소령(육군)도 청국장 군납계약과 관련해 기존 계약업체의 투찰률 분석자료 등 내부자료를 제공하고 6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역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을 뿐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군인의 경우 경징계를 받더라도 진급이 제한돼 계급정년에 따라 전역해야 하는 등 불이익이 크다"면서 "처벌과 징계 수위가 낮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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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기밀 팔아 먹어도 별도 징계 안 한다?D 소령(해군)은 A 중령과 같은 사업에서 특정 업체에 대외비인 연구개발기획서 열람본을 유출하고 납품 편의 대가로 4,862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
그는 군사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억 5,000만원의 형을 선고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별도의 징계를 받지 않고 지난해 4월 전역(당연퇴직)했다.
E 중령(해군) 역시 이지스함 도입 사업(KDX-Ⅲ)과 관련해 업체에 뇌물을 요구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사처벌을 받은 뒤 지난 2012년 전역했지만 같은 이유로 별도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은 E 중령이 미국 유명 방산업체에 10억원대 연봉의 일자리를 요구해 이 사실이 미국 해군범죄수사국(NCIS) 통해 우리 군에 통보되는 등 국제적 망신을 산 사건이기도 하다.
군 인사법에는 범죄행위와 관련한 형사처벌과 별도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 강등, 정직, 감봉 등의 징계에 처할 수 있지만, 방사청은 이들에게 따로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
방사청 관계자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군인은 당연퇴직 처리되고 연금수령액도 삭감되기 때문에 별도의 징계를 내리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검찰의 기소 단계부터 확정판결까지 1년~2년여 동안 비리행위자에게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는 것 자체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처벌과 별도로 공무원이나 군인의 징계를 법률에 명시한 것은 형사처벌과 관계없이 징계를 하도록 한 것"이라며 "군검찰이 군 내부 수사기관인 만큼 비리혐의에 대한 기소단계에서 징계를 내리는 것이 합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사 Ⅱ급 비밀을 업체에 유출한 F 중령(공군)의 경우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징계시효가 초과돼 징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4년간 적발된 비리행위자 11명 가운데 업체들로부터 모두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행정직 5급 공무원인 G 씨만 징역 5년의 실형과 최고 수준의 징계인 파면을 당했을 뿐이다.
통영함. (사진=국방부 플리커 사진 캡처)
◈ 軍 뒤늦게 신고포상금제 신설 등 대책 마련 나서최근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사온 통영함 사건을 계기로 군납비리 척결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다 보니 군납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군납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런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며 "군납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처벌을 제대로 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26일 백승주 차관 주재로 '군납비리 척결 및 군사기밀 유출 방지대책 회의'를 열었다.
국방부는 이 자리에서 비리행위 신고자에 최고 5억원 포상금 지급제도 신설과 군사기밀 유출자에 대한 징계감경 및 유예를 금지하는 군인징계령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