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20쌍의 결혼식을 주례했다. (연합뉴스)
"결혼은 실제로 겪는 '생활'입니다, TV쇼가 아니라요."
설교가 끝내자 40명의 남녀가 옆 자리 상대에게 '평생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20쌍의 새 부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20쌍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섰다고 dpa통신과 텔레그래프 등이 전했다.
이날 새로 탄생한 부부 중에는 이미 동거 중이거나 아이가 있는 쌍도 포함돼 있었다.
천주교 교리상 결혼 없이 동거를 하거나 자식을 갖는 것은 죄악(sin)에 해당한다. 그러나 교황은 이런 '죄지은 자들'을 불러 오히려 직접 정식 부부의 연을 맺어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결혼은) 고된 여정과 같아 때로는 어렵고 또 때로는 격랑이 일기도 한다"며 "남편과 아내가 다투는 것은 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이들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드리고자 하는 충고는, 절대로 화해를 하지 않고 하루를 끝내지는 말라는 것"이라며 "화해에는 그저 작은 표현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결혼으로 이들이 "사회를 지탱하는 벽돌"이 됐다며 서로를 향한 사랑이 다 할 때 신의 사랑이 이들을 도울 것이라고 축복했다.
이날 탄생한 새 부부들은 로마 근방에 사는 25∼56세로 일부는 직업이 없거나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로마교구는 "이들은 성당에서 서로 알게 됐다"며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짝들"이라고 전했다.
dpa 통신은 "성당이 '죄지은 자'를 포함해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믿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황은 지난 1월에는 천주교가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부부가 낳은 아이에게 세례를 주기도 했다.
교황의 주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주례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처음이며, 요한 바오로 2세가 2000년 8쌍을 맺어준 이후 14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