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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륜을 저버린 세월호 유언비어와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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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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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43일째를 맞은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25일 오전 서울 용두동 시립동부병원에서 병원에서 나온 미음 조차 밖으로 물렸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는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 건강악화로 지난 22일 병원으로 후송됐다. (황진환 기자)

 

국가의 총체적 무능이 확인된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가슴을 치며 분노로 들끓을 때 너나없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철저한 책임 규명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를 완전히 바꿔놓겠다고 약속했고, 유족들에게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위로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하지만 적폐 척결은 말만 요란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세월호 수사는 유병언씨의 허망한 죽음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두 번의 협상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정치권에 대한 유족들의 불신은 오히려 증폭됐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성역 없는 조사가 가능한 특별법을 만들어달라는 유족들의 애타는 호소는 여전히 메아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유족들을 향한 인륜을 저버린 막말과 유언비어가 지금 도를 넘고 있다. 40일이 넘는 단식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를 보상금에 눈이 먼 파렴치한으로 몰아붙이고 여기에 종북 딱지를 붙여 비난하는 글들이 SNS로 확산되고 있다. 생사를 건 단식을 ‘정치쇼’로 낙인찍고 ‘그냥 죽어라’는 막말과 ‘황제단식’이라는 비아냥이 SNS에 버젓이 올라왔다.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견해나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온 몸을 던져 단식을 벌이고 있는 이에게 사실을 왜곡하고 저주의 말을 퍼붓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애도 갖추지 못한 저열하고 비겁한 짓이다.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심각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25일 오전 국회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런데 이런 행위가 여권에서 먼저 비롯됐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로 폄하하고, 유족들을 노숙자로 몰아붙인 게 여당 의원들이었다. 이에 앞서 세월호 가족을 선동꾼으로 비난하고,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좌파단체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던 이들 역시 새누리당 의원들이었다.

세월호 유족들은 시간이 흘러 세월호가 잊히고 유야무야 묻혀버리는 것이 가장 걱정되고 두렵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도 방한 내내 이들을 위로하며 잊지 않고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당이 주도적으로 유족의 아픔을 껴안고 달래주기는커녕 오히려 유족들을 고립시키고 편 가르기를 시도한 것은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대통령도 유족들의 간절한 만남 요청을 외면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법과 원칙이라는 대의를 따지기 전에 자식과 가족을 잃은 응어리를 이해하고 풀어주려는 노력이 우선해야 했다. 이런 분위기가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왜곡된 유언비어와 막말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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