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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더 이상 할 게 없다…朴이 나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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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희생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회의실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대책위 임원들과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박종민 기자)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도 유가족들에 의해 거부되면서 야당이 곤혹스러움을 넘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21일에도 두 차례나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으나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표는 대신 당과 시민단체 원로들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표는 지친 듯 그동안 결기어린 모습은 오간데 없고 쭉 처진 듯 한 모습이었다.

한 당직자는 "박영선답지 않았다"며 "원내대표와 공감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재합의안 거부 국면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 등은 "유가족들의 뜻을 따르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정동영 전 고문도 유가족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유가족들 못지않게 당 내의 강경 분위가 만만치 않다.

◈ 새정치연합, 할 수 있는 게 없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이번 주일까지는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심정이야 120% 이해하고도 남지만 당도 살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데 할 일이 별로 없는 것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재합의안이 거부당한 상황에서 유가족들을 더 이상 설득할 여력도, 그렇다고 여당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는 국면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문희상 의원은 "여당의 양보를 얻어냈으나 유가족이 박근혜 대통령을, 새누리당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단계를 넘었다"며 "뭔가를 도모할 길도,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 문희상, 박지원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문희상 의원은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원래 야당인 우리는 유가족을 상대했지만 유가족의 상대는 대통령 아니냐"며 "이 국면에서 유가족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라고 단언했다.

사실 야당으로선 할 일을 다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새정치연합도 전대미문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너도나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법안도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박 대통령 "세월호 진상규명도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고 약속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세월호 유가족 17명을 만난 자리에서 "검·경 수사 외에도 진상규명(특별법)을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고 약속했다.

6.4 지방선거와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7.30재보궐 선거, 야당 지도부의 사퇴 등 큰 정치 행사 등으로 청와대, 새누리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모든 책임을 다 지겠으니 한 번만 용서해달라는 기류를 바꿔 빠져나갔다.

반면에 야당은 세월호를 덥석 물어 재보궐 선거에서 세월호를 심판하자고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 野, 세월호 덥석 물었다가 덜미

선거 참패 이후에도 합의, 재합의를 거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신세다.

세월호 특별법의 갑을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야당이 여당에게, 청와대에게 사정하고, 여당은 줄까 말까를 고민하며 짐짓 뒷짐을 지고 있다.

유가족으로부터, 유가족들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진보단체들로부터의 비판과 비난은 새정치연합이 다 받았고, 그 중심에 박영선 원내대표가 있다.

그러나 이제 국면은 달라지고 있다.

유가족이 청와대를 겨냥하기 시작했고, 야당도 청와대가 나서라고 요구한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21일 CBS시사자키에 출연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박근혜 대통령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경근 세월호대책위원회 대변인도 CBS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께서는 유민이 아빠(김영오 씨)를 5분만이라도 만나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지난 5월16일 박 대통령께서는 진상규명에 있어 유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으며 유가족들을 언제든지 만나겠고,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야당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손을 놓고 있는 마당에 유가족들은 대통령과 상대하려 할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 세월호 특별법 국면이, 청와대로…

22일로 40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인 김영오 씨는 박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박영선 대표도 대통령이 김영오 씨를 만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광화문을 넘어 청와대 행진과 청와대 앞 집회·시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회자와 학자, 문화예술인 등 각계인사 170명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은 정치권의 문제이며 특별법 제정은 박 대통령의 약속이었다면서 그 약속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로 향하던 중 이를 가로막은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유가족들로부터 두 번의 치명타를 맞고 기진맥진해 있어 특별법의 공이 결국 우리에게 올 것 같은 기류"라고 분석했다.

"더 이상의 협상이나 양보는 없다"며 완강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마냥 무시하거나 외면하기 어려운 '을'의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야당을 상대하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야당은 빠지고 유가족들을 직접 상대해야 할 지도 모른다.

문희상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믿지 못하기 때문 아니냐"며 "대통령이 그들을 만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수 없음을 설명하고 가능한 부분을 보장하겠다고 말하면 상당 부분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법은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주는 것으로 집약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며 여·야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지만 청와대의 개입 요구는 점점 무게를 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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