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새누리당 조현룡·박상은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 (자료사진)
국회의원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의원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미리 정보를 입수한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거나 영장실질심사 연기요청을 하고 자리를 비워 허탕을 쳤다.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으로 일단의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이날 오후 비리 혐의 의원 5명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불출석의사를 밝혔거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의원들을 데려가기 위해서다.
수십 명의 수사관들이 한꺼번에 의원회관으로 들이닥치자 세월호 시위로 신경이 곤두선 국회 경위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검찰로 확인되면서 이내 상황이 종료됐다.
5개조로 나눠 의원회관 3층과 7층, 9층으로 올라가 신계륜, 신학용, 김재윤, 조현룡, 박상은 의원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신학용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의원실을 비운 상태였다.
신학용 의원을 면담하고 나온 조정식 의원은 기자들에게 "법원에 영장심사 연기를 신청한 만큼 받아들여지면 그 결정대로 따르기로 했다"며 "다만 반대의 경우 오늘 오후 4시에 법원에 출두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때문에 검찰은 신학용 의원실에 대해서는 강제구인에 나서지 않았다.
나머지 의원들은 불출석 의사를 미리 밝히거나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아 강제구인의 대상이 됐다. 중앙지검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은 의원실에 들어가 의원 집무실과 화장실, 창고 등을 샅샅이 뒤지고 기계실 직원까지 불러 문을 따게 한 뒤 내부를 확인했지만, 의원들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 의원들이 사전에 검찰이 강제구인에 나설 것을 파악하고 피신한 뒤였기 때문이다.
신계륜 의원은 20일 밤부터 의원회관에 머물렀지만, 검찰이 들이닥치자 의원회관 내 다른 방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신계륜 의원실 한 보좌관은 "의원님이 어젯밤부터 의원실에 머무르다 본관을 오갔으며 지금은 다른 의원실에서 동료의원들과 뭔가를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허탕을 친 검찰은 일단 의원회관 출입구와 의원실 부근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해 의원들의 출입상황을 추적하고 있다.
법원이 발부한 구인장은 21일 자정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이날 내로 의원들을 찾으면 강제구인할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그제 이른바 방탄국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라 이날 자정까지만 버티면 체포될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의원과 보좌진들을 상대로 해당 의원들에게 유무선상 연락과 접촉을 시도 중이지만 의원들은 일체 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도 21일이 지나면 비리의혹 의원들에 대한 체포와 구금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날 하루 찾으려는 검찰과 숨으려는 의원들 간의 지리한 숨바꼭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