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에 선출된 김무성 의원이 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결국은 여론조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14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한때 친박 좌장이었지만 최근에는 ‘비박’으로 분류돼 온 김무성 의원을 임기 2년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김무성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으로 서청원 의원을 앞서왔고 이런 여론의 움직임은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나타난데 이어 대의원 5천7백여명의 선거인단 투표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30%가 반영된 국민여론조사와 70%가 반영된 선거인단 투표, 대의원 현장투표를 합해 5만 2,702표를 얻어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경쟁자인 ‘친박원로’ 서청원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벌어졌던 여론조사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채 3만 8,293표를 얻어 2위에 그치면서 대표 자리를 김무성 의원에게 내줬다. 서 의원은 선거운동 막판에 '대권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당대표가 돼서는 안된다. (김 의원이) 대권포기를 선언하면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지만 순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2위를 차지한 김무성의원과 서청원 의원의 뒤를 이어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이 2만 5,330표로 3위를, 6선의 관록을 지닌 이인제 의원은 2만 782표를 얻어 4위로 최고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친박의 홍문종 의원이 1만 6,229표로 5위에 올랐지만 여성몫의 당연직 최고위원이 되는 김을동 의원이 마지막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하면서 당 지도부 진입에 실패했다. 김을동 의원은 1만 4,590표를 얻어 6위를 차지했다.
또 김상민 의원이 3,535표로 7위, 박창달 의원이 3,293표로 8위, 김영우 의원은 3,067표로 9위였다.
한때 친박좌장이었지만 지금은 비박계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당청관계는 긴장이 조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무성 의원은 선거운동 초반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울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당청관계는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의 일방적 우위가 돼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사평론가인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에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서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당시 당대표로서 야당노릇을 한 것 처럼 김무성 의원도 그런 역할을 하면서 당청은 긴장관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야 관계는 비교적 무난할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일 당시 대야 관계가 비교적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전당대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가해 이례적으로 축사를 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직접 참가한 것은 지난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나온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빨간 재킷과 회색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이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당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대통령을 맞이했다. 박 대통령 바로 뒤에는 윤상현 사무총장 겸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이 에스코트했다.
이완구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과 이한구 전당대회 의장 등은 모두 박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사회를 맡은 이재영 의원이 박 대통령을 소개했다.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드라마의 주인공, 그 분이 누구십니까"라고 외쳤고, 객석에선 "박근혜"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가뭄으로 강바닥이 드러난다면 위기일 것이나, 그 위기는 강바닥에 쌓여 있는 묵은 오물을 청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또 "저와 정부가 가고자하는 혁신의 길이 결코 쉽지 않지만, 당원동지 여러분과 함께라면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총 21번의 박수를 받았다.
박대통령은 또 과열경쟁 논란을 의식해선지 화합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주고받은 서운한 감정을 모두 잊고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주시기 바란다”면서 그런 화합을 통해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에 이어진 정견발표에서 서청원·김무성 의원은 전당대회의 마지막을 '화합'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서 의원은 정견발표 도중 무대에서 플로어로 내려와 각 후보들과 손을 잡으며 몸소 화합을 주장했고, 김 의원은 연단에 서서 화합으로 전당대회 막을 내리자고 제안했다.
서 의원은 정견발표를 통해 "제가 만약 대표가 되든, 대표가 되지 않든 당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것을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김무성 의원과의 네거티브 공방을 의식한 듯 "후보들과 갈등도 있었지만, 제가 잘못한 것을 사과하고 김무성 후보와 함께 화해해서 같이 나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서 의원은 김 의원의 두 손을 맞잡고 흔들며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청원은 화해의 명수다"라고 외쳤다. 다른 후보들과도 각각 악수를 하며 "우리는 다 함께 간다. 화합으로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바로 뒤이어 연설에 나선 김 의원도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서로 깨끗이 승복하고 우리 모두 다시 하나 되는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전당대회의 막을 내려야겠다"고 '화합'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이 참석해주셔서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이 더욱 큰 힘을 받게됐다"며 "우리가 만든 박 대통령의 성공이 우리 모두의 성공"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은 전당대회가 끝나는 즉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성장잠재력 소진에 따른 충분하지 못한 성장률과 고용이 뒤따르지 않는 질 낮은 성장, 양극화를 부추기는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앞장서 성장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혁신해 분노한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정책을 선도하고, 성장과 분배를 함께 책임질 때 다양한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키고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